해외 사업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국내법을 적용하면서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제재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접속 속도를 떨어뜨린 데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빚어진 망사용료 논란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낸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가 접속할 때마다 해외 서버에 접속하는 게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가 데이터를 복사해두는 ‘캐시서버’를 두면서 원활하게 이용하게 했다.

▲ 페이스북. ⓒ텔레그레프
▲ 페이스북. ⓒ텔레그레프

페이스북은 그동안 KT에 캐시서버를 두고 연 100억 원씩 낸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에 접속할 때마다 KT 캐시서버를 이용하도록 했다.

문제는 페이스북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도 캐시서버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망사용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발생했다. 페이스북은 SK와 LG 인터넷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KT가 아닌 해외로 돌렸고 그 결과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이 KT의 경우 4.5배, LG유플러스의 경우 2.4배 느려졌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이 같은 행위가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목적으로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초래한 점에서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하루 이용자가 1200만 명에 달하는 등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10개월 동안 접속경로를 변경하고 방치한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상 ‘중대한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방통위는 위반 행위가 적발된 첫 사례고 조사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성실하게 협조한 점, 개선 의지를 드러낸 점 등을 감안해 3억9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중대한 금지행위 위반’은 3억 원 초과 6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제재 과정에서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제재를 내릴 권한이 있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국내에 신고한 부가통신사업자를 제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국내 페이스북 서비스는 아일랜드에 법인을 두고 있어 신고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재영 이용자정책국장은 “한EU FTA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은 국경 간 공급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부가통신사업자 신고가 돼있지 않아도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제재를 내리면서 해외사업자와 국내 통신사 간 망 사용료 분쟁에서 통신사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국내 사업자들이 망을 이용한 대가로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내는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은 망사용료를 적게 내거나 내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캐시서버를 만드는 건 통신사의 편의를 위한 측면이 있는 데다 통신사가 사업자들로부터 받는 망사용료 가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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