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일 예정됐던 최종 사장 후보 선임이 무산된 이후에도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청와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신문 주주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8.82%), 포스코(19.4%), KBS(8.08%) 등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배구조다. 서울신문 주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장 선임이 무산된 바 있다.

앞서 2일 사추위는 공모에 지원한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광헌(전 한겨레 사장), 김재성(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안용수(전 서울신문 부사장) 후보를 최종 후보 3인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지부장 장형우·서울신문지부)와 우리사주조합(조합장 박록삼)은 ‘청와대 낙하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도마에 올린 인사는 후보 3인 가운데서도 고광헌 후보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후보자. 사진=이치열 기자
이와 관련해 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언론사 사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으나 노조 취재 결과 ㄱ청와대 행정관이 마치 정부 뜻인 것처럼 사장 선임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사주조합은 20일과 21일 연이어 성명을 내어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사주조합은 20일 ㄱ행정관을 지목하며 “모든 사태를 일으키며 서울신문을 혼란과 적폐의 공간으로 밀어 넣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ㄱ행정관은 ‘(서울신문 사장 선임 내용은) VIP에게까지 모두 보고됐다’는 식으로 서울신문 및 구성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주조합은 “ㄱ행정관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이 나서서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라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서울신문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내부는 서울신문지부와 사주조합이 ‘낙하산 인사’라고 공격적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ㄱ행정관은 낙하산 인사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노조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적 우위를 앞세워 표결 등을 통해 사장 선임이 강행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최종 선임 절차가 무산됐지만 재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노조나 우리사주조합의 ‘낙하산 프레임’이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주조합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신문의 독립성 보장을 약속한 것을 언급하면서 “청와대 직원들은 문 대통령 뜻을 거스른 채 과거 정부의 적폐를 이어가고 있다”며 “청와대는 서울신문의 자율성과 책임성, 독립성을 보장하는 사장 추천 과정을 인정하라. 아니면 차라리 서울신문은 정권의 신문임을 선언하고 직접 서울신문을 경영하라”고 규탄했다.

사주조합은 21일에는 “서울신문 전체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아 사주조합이 만장일치로 선택한 사장 후보에게 청와대가 우회적으로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자신들이 졸속으로 급조한, 서울신문에 애정도 관심도 없던 이를 낙하산 사장 자리에 앉히기 위한 치졸한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를 관철시키려 온갖 수를 쓰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 직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기만하거나 우롱하지 말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사주조합은 다음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낙하산 반대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서울신문 구성원들로부터 ‘낙하산 인사’로 규정된 고 후보는 지난 13일 미디어오늘에 “서울신문 같은 언론에서 중책을 맡는 것과 관련해 나 역시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담보받고 싶었던 게 사실”이라며 ‘청와대 인사 접촉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고 후보는 “현실적으로 개혁을 위해선 대주주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내 입장에선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담보 내지는 혁신을 위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자신이 접촉한 청와대 인사를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그는 “나는 서울신문 사장 공모에 나선 이들 가운데 가장 개혁적”이라며 “새로운 민주화 시대에는 정부 지분을 갖고 있는 언론일지라도 저널리즘 가치를 제고해 시대에 맞는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30년이 넘는 언론계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신문 역할 재정립과 국민 신뢰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다짐 만큼은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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