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구속성을 갖기 위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1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나아가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두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받아서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길 바란다. 그래야 정치사항이 바뀌어도 합의 내용이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까지 포함시켜 이번 정상회담에 담으라는 대통령의 지시는 기존 정부의 남북 합의 내용과 정신을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반영될 수 있게끔 하라는 특별한 당부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이 유효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더 강력한 합의 내용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2007년 10·4 선언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세계가 극찬하고 유엔 만장알치로 지지 결의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라고 반문하고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하려면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의 선결조건으로 북핵포기를 주장하면서 대북 재제를 주장해왔고 “북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가치 없는 일임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느냐"(정태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며 앞으로 정상회담 합의 내용도 믿지 못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국회 비준을 거쳐 구속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구상은 정상회담 합의 내용에 대한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원천 차단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해 ‘수교’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정착은 남북사이 합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 북미관계는 정상화돼야 한다. 더 나아가 북미 사이 경제협력까지 진전돼야 한다. 준비위는 그런 목표를 갖고 회담 준비에 임하라”고 말한 것도 주목된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수교에 버금가는 합의를 이뤄내야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최종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해서도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다.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진전 상항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의 회담만으로 목표를 이룰 수 없고 특히 북미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긴밀한 남북미 공조를 통해서만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최종 목표 종착지로 갈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한반도 평화 종전 선언을 염두에 둔 말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 중 ‘간섭하지 않고’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예를 들면 대남(대북)확성기 이런 것도 간섭이다. 수십년간 분쟁했는데 간섭이란 가장 약한 단계의 분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 해결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라는 얘기다.

남북준비위원회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측과 접촉에 나서기로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준비위 회의를 통해 정상회담에 앞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북측에 제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오는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대표단 등 기본사항을 의제로 다루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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