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1일 경제민주화 조항을 수정한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은 87년 헌법 체제의 상징으로 통한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 개헌안은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대목에 ‘상생’이라는 단어를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 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하고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보호 육성대상에 별도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시대 흐름에 맞게 불공정 사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강화된 셈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상생’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상생의 의미가 중요한 것은 조화보다 더 강한 것으로 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조항에 단어 하나를 추가하면서 어떤 단어를 추가할지 문제였는데 우리 일상 시민들과 법률이 사용하는 단어로 상생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지금 현재 대기업의 자본 집중으로 빈부 격차 등을 해소하기 위한 키워드로 상생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수 쪽에서 우려했던 임의조항을 강제조항으로 수정하는 안을 논의하긴 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조항 중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해야만 한다”라고 수정하는 내용으로 보수 일각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개헌 내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대로 진보개혁 진영에서는 국내외 경제환경이 변함에 따라 경제민주화 조항에 그 목표와 수단을 분명히 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대폭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이번 대통령 개헌안은 ‘상생’이라는 말을 추가해 보수와 진보 사이 타협을 본 셈이다.

▲ 3월21일 오전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진=청와대
▲ 3월21일 오전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진=청와대
토지공개념도 헌법 최초로 담았다. 현행 헌법 제23조 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헌법 122조에도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토지공개념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은 현행 헌법에는 없었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

청와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위헌 판결을,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았고,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에 대한 효과를 에둘러 설명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또한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헌법 전문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지방자치단체라는 말을 지방정부로 변경하고 지방자치단체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개헌안은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이라는 말로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을 명시했다. 현행 헌법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개헌안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국 수석은 “과거에는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치권을 줬다면 중앙정부가 법률로 금지하지 않으면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형연 비서관은 “국회 법률로 정하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입법 공백을 메우고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행정부와 의회의 입법 재량의 폭을 넓혀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자치재정권 부분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 방법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누리보육과정과 노령기초연금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지자체에서 국민 혈세를 걷고 있다고 반발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는데 이 같은 모습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국가 행정에서 지방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가자치분권회의를 두는 것도 개헌안에 반영했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국가자치분권회의에 대해 “제2국무회의라고 보면 된다. 지방자치 균형 등 주요 사안을 심의하는 기구이고, 의장은 대통령, 부의장은 국무총리가 맡는다. 국무회의와 같은 위상”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민발안와 주민투표, 주민소환제도를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조국 수석은 “지방자치 현실에서 지방 의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 강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국민에 있다는 걸 안다”며 “그것이 지향과 방향에 대한 반대인가? 한결 같이 지방분권 강화라는 원칙적인 방향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높지만 구체적인 조치와 자치행정권 강화로 들어가면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방분권 강화)지향은 분명히 하되 현실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논쟁 중 하나인 수도조항도 개헌안에 포함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법에 대해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상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 개정 없이는 수도 이전이 불가능했는데 수도조항을 신설하면서 수도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조국 수석은 수도조항을 넣었을 때 수도 이전도 논의했냐는 질문에 “얘기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수도 이전이 가능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놨지만 실제 수도 이전 논의를 한 적이 없고 고려치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헌법에 수도 조항이 생겼기 때문에 수도와 관한 내용을 국회가 법률로써 정해야하는 의무는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공무원은 재직 중 물론 퇴직 후에도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헌법 총강에 포함시켰다. 김형연 비서관은 이에 대해 “법관의 전관예우로 대표 되듯이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전직 공무원에 대해서 경제적 규제를 하게 되면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로 보고 위헌을 받기 쉬웠다고 하면 이번 개헌안은 위헌성을 줄이고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관예우방지 근거가 헌법에 명시되면서 강력한 방어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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