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기사와 2016년 기사, 두 기사 차트 디자인에 변화가 없다. 그동안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수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말이다.”

지난 2일 열린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발표 행사에서 머니투데이와 협력한 ‘맷돌’팀이 ‘무료 차트 제작 툴’인 jiggle의 시험 버전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휴식 시간 업계 관계자들이 찾아와 “언제 정식으로 배포되는지” 물었다고 한다. 협력사인 머니투데이 기자들도 정식 버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메디아티 사무실에서 ‘맷돌팀’(박진우, 박지우, 차현탁, 김수빈)을 만났다. 이들은 ‘기자들을 위한 데이터 시각화 툴을 만들라’라는 과제를 받고 고민한 결과 ‘차트 제작 툴’을 개발했다.

왜 ‘차트’였을까. 멘토 역할을 한 박지우씨는 “뉴스랩이 3기까지 진행됐는데 재사용 가능한 프로젝트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유용한 툴을 제작하게 된 계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차트였다고 한다. 실제 포털에 송고된 기사들을 보면 차트가 필요한 기사에 차트가 없거나, 제공된 보도자료를 그대로 긁거나, 일목요연하지 않거나, 지면에 나온 그래프를 온라인에도 그대로 싣다 보니 최적화되지 않은 현실이다.

▲ 맷돌팀의 회의. 왼쪽부터 김수빈씨 차현탁씨.
▲ 맷돌팀의 회의. 왼쪽부터 김수빈씨 차현탁씨.

“머니투데이에서 기자, 디자이너분들을 인터뷰했다. 기자들 가운데서는 기존에 있는 차트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자이너분들은 디자인 업무가 많은데 차트 일이 몰리는 게 고민이었다. 기자와 디자이너가 따로 일하다 보니 수정사항을 비롯해 요청사항이 반영되기 힘들었다. 일이 너무 많아 각 차트에 들이는 공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문제다. 영세언론사는 디자이너가 없는 곳도 많았다.” 박진우씨의 말이다.

툴 제작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요소는 ‘간편함’이다. 디자이너인 김수빈씨는 “기자분들이 생각보다 관성이 컸고, 툴에 익숙하지 않았던 거 같다. 글을 쓰는 CMS에 너무 익숙해져서 새로운 툴을 배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계셨다”고 말했다. “의외로 CMS의 기능이 적지 않더라. 많았는데 기자분들은 일일이 그 기능을 눌러보는 데 겁을 내는 게 많이 보였다.” 개발자 차현탁씨가 부연했다. CMS는 기사 입력 툴을 말한다.

jiggle이 ‘어떤 차트도 3분 안에 만든다’는 콘셉트로 간편함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대문이다. 엑셀을 이용해 데이터만 입력하면 막대, 선 그래프 작업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요소도 클릭 한 번에 넣을 수 있다. 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자료가 있으면 각 분기 자료가 시간 순으로 화면에 나오는 식이다. 필요하면 이미지를 첨부해 로고를 넣는 것도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요소에도 공을 들였다. 툴 이름인 ‘jiggle’은 아래위, 양 옆으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의미로 차트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포털이었다. 박지우씨는 “인터랙티브한 툴들을 적용하고 싶었는데 포털에서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스크립트가 에러를 일으키면 포털에서도 오류가 나기 때문에 보수적인 정책을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포털’ 구현을 포기하려 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상 포털에서 구현하는 건 포기하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만 보여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박지우씨의 말이다. 그는 “언론사 트래픽의 70~80%가 포털에서 나온다는 건 그 다음에 알았다. 언론이 포털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차트포맷도 포털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jiggle 차트 예시.
▲ jiggle 차트 예시.

인터랙티브 기능을 넣은 차트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포털이 수용할 수 있는 포맷을 찾는 절충안으로 나온 게 움직이는 이미지인 GIF였다. 다행히 네이버와 다음 모두 GIF이미지를 구현하고 있었고, 머니투데이의 기사 그래프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차현탁씨는 애니메이션형 차트가 일반 차트보다 ‘독자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움직여서 예뻐 보인다는 게 장점이 아니다. 차트라면 차트만으로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엑셀로 만든 차트나 디자이너분들이 작업하는 정적인 차트는 그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 박지우씨는 “애니메이션 차트에 더 많은 정보가 담긴다는 게 장점이다. 또 차트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할지 역시 더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효과를 통해 포인트를 줘야 할 데이터에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맷돌팀은 앞으로 1~2달 동안 툴을 보완해 정식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차현탁씨는 “기자분들의 수요를 파악한 결과 막대그래프와 선그래프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가 못 넣은 차트 종류가 존재할 것”이라며 “이 외에도 프로그램 안정화 등 전반적인 개선을 한 후에 정식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은 구글코리아가 기성 언론과 청년을 연결해 미디어 혁신에 관련된 교육, 체험, 뉴스 제작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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