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마케팅부서는 X됐다리. 적어도 컨펌만은 한다고 했어야해따리.”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허지혜씨가 만든 광고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불토’에 클럽에 가려 했는데 LG생활건강에서 광고를 발주해 화가 난 상태에서 만든 콘셉트의 광고다. 100만뷰를 넘기고 기사화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마케팅의 흐름이 달라졌다. 연예인이 기성매체에 출연해야만 ‘광고’라는 기존의 관념은 깨졌다. 허지혜씨처럼 연예인은 아니지만 영향력을 가진 일반인을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기성 미디어가 아닌 SNS 등을 통해 진행하는 ‘바이럴’마케팅이 보편화되고 있다.

▲ &lsquo;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rsquo;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허지혜씨가 만든 &#039;본격 LG 빡치게<br /></div></div>
                                <figcaption>▲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허지혜씨가 만든 '본격 LG 빡치게<br> 하는 노래' 광고 영상</figcaption>
                                </figure>
                                </div><p>MCN업체 다이아TV에서 키즈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매니저인 안정기씨는 이승윤 건국대 교수와 함께 지난 15일 ‘인플루언서’ 현상에 주목하는 책인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인플루언서’ 책을 냈다. 안정기 매니저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하고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 업계의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를 지난 15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다이아TV 사옥에서 만났다.<br><br><font color=- 책을 쓴 계기가 무엇인가?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일을 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인플루언서가 주목받고 있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들을 도와주는 기업이나 기관 등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다. 이미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노마드’의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를 널리 알리면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 국내 인플루언서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박막례 할머니다. 일흔 동안 평생 식당 일하면서 어렵게 사셨던 분이었다. 손주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는 게 두려워 할머니와 취미생활을 함께 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올린 것이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다. 지금은 주요 크리에이터가 됐고 패션잡지 보그의 초청을 받아 촬영도 했다. 일반 할머니가 취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셀럽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성매체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엔터테인먼트로 풀어내는 경우는 그 어디에도 없었고 박막례 할머니의 성공에 기성 미디어는 아무런 역할도 못 했다.”

▲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취미’로 제작한 콘텐츠라는 점이 중요한가?

“한국에서는 SNS를 ‘보여주기’용으로 쓰거나 유튜브를 ‘수익 수단’으로 여긴다. 반면 미국에서는 취미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가 많다는 점이 다르다. 자신의 일상과 관련해 홈인테리어나 생활팁, DIY 등을 다루는 ‘하우투’ 콘텐츠가 많다. 한국은 이런 콘텐츠가 블로그 차원에 머물러 있고 이제 막 유튜브로 넘어오는 단계다. 유튜브가 더욱 보편적으로 쓰이면서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다.”

- 기업이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 다음에 실행해야 성과로 이어진다. 단순히 인플루언서가 유명하다는 이유로 광고를 하면 바이럴로 끝날 뿐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상부에 보고하기 좋은 ‘조회수’ ‘구독자’ 확보에만 머문다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는 광고하는 사람들과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업계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 브랜드와 인플루언서의 적합도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나.

“인플루언서가 유명하다고 무조건 진행하면 효과가 전혀 없다. 정확한 타깃에 들어가야 한다. 인플루언서의 선정 기준은 인플루언서의 성향을 파악하고, 브랜드와 적합한지 따져야 하고, 콘텐츠 성향과 맞는지도 따져야 한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같은 화장품이라고 해도 크리에이터에 따라 성별, 나이별, 취향별로 제품군이 나뉜다. 인플루언서가 기초메이크업을 좋아하는지 화려한 걸 좋아하는지 등을 보고 나서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책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준비, 실행, 개시, 분석 단계로 나눠야 한다. 준비 단계에서는 목표가 ‘참여도’를 높이는 것인지 이용자에게 특정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인지 등 명확한 타깃 분석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어떤 플랫폼을 선정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시기도 중요하다. 화이트데이인지, 방학인지 등 시기에 따라 마케팅도 달라진다. 인플루언서에게 간섭은 최소한으로 해야 하며 콘텐츠가 올라간 다음 브랜드는 페이스북 광고나 기성매체 기사 등을 통해 바이럴을 도와야 한다. 또한 결과 측정을 통해 판매로 이어지는지, 그 결과 브랜드 효과가 높아지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 좋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사례는 어떤 게 있나

“2016년 G마켓과 12명의 크리에이터가 함께한 브랜드 캠페인은 진행 기간 동안 판매량 6배, 매출 4배 이상 증가했다. 인플루언서들이 각각 직접 고른 중소기업 제품을 광고하는 콘셉트로 인플루언서와 브랜드 간 매칭이 잘 된 사례다. 다이아TV의 경우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 어린이에게 인기 많은 크리에이터 허팝이 출연했는데 최고 시청률을 찍기도 했다.”

▲ 안정기 다이아TV 매니저
▲ 안정기 다이아TV 매니저

- 현재 인플루언서는 MCN 업계의 크리에이터 중심인데, 정작 MCN시장의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커지려면 10년을 내다봐야 한다. 매년 몇백퍼센트씩 성장하는 산업은 아니다. 인터넷 산업 자체가 그랬다. 10년 걸렸고 중간에 버블도 있었다. 기존의 MCN업계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틀을 깼으면 좋겠다. 변화를 감안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 인플루언서는 지금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있지만 앞으로는 블록체인 서비스인 스팀잇에도 있을 것이고, 인공지능 스피커에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적용하기 쉬운 플랫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 인공지능 스피커가 주목받고 있지만 MCN콘텐츠가 적용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인공지능 플랫폼에도 콘텐츠는 필요하다. 결국 음성 관련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음성 콘텐츠는 지금 MCN에도 있다. ASMR, 보이는 라디오, 책 읽어주는 콘텐츠 등이다. 이걸 전문적으로, 최적화해 끄집어내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이지 수요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은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술이 단순한 초기단계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10년전 유튜브를 떠올려보자. 느리고, 콘텐츠도 적고, 검색도 잘 안 되고 유해성 콘텐츠도 많았다. 10년 동안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화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만든 결과 지금의 유튜브가 탄생하게 됐다.”

-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어떤 콘텐츠가 나온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키즈 콘텐츠 시장이 흥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청각에 더 민감하다. 핑크퐁은 애니메이션 퀄리티가 좋아서 뜬 게 아니다. 헤이지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역대를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 추후 키즈 분야에서 최적화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최근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스팀잇이 주목받고 있다.

“영향력이 화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개인들이 디지털 노마드로서 삶을 사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중심의 사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콘텐츠 영향력이 곧 돈이 된다는 게 이전과 다른 특징이다. 물론, 블록체인이 메인 미디어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디씨인사이드처럼 하나의 문화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디씨는 돈이 안 되지만 스팀잇은 가능하다. 중요한 건 ‘첫번째 펭귄’이 되는 거다. 2013년에 아무도 유튜브를 하지 않았다. 그때 뛰어든 사람들이 지금 돈 벌고 있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계속 대입하면서 ‘첫 번째 펭귄’(무리 중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드는 펭귄,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도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이 돼야 한다.”

-인플루언서 현상을 사회적으로도 분석했는데, 어떤 내용인가.

“30년 전이었으면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바이럴’이 대통령을 바꾼 첫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금 미투 운동도 2, 3차 바이럴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특히 미국의 미투운동은 SNS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개개인이 영향력을 갖는 인플루언서 시대는 절대 권력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마케팅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혁명’을 이루려면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영향력을 갖는 ‘호모 인플루언서’시대가 올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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