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부정적인 기사가 올라왔을 때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자료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1~2시간 내 게재해 부정적인 기사를 보이지 않게 해 드립니다. 야간 및 공휴일에도 가능합니다.”

지난달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홍보마케팅대행사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에 나온 내용이다. 이 업체에 따르면 1건의 부정 기사는 5~10개의 우호적인 기사를 게재해 포털 검색에서 밀어낼 수 있다. 비용은 130만 원에서 250만 원 정도다. [관련기사 : 100만 원이면 비판기사를 네이버에서 숨길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뉴스 검색 결과에서 유사한 기사를 ‘묶음’ 형태로 보여주는 ‘클러스터링’(clustering)도 최소 250만 원이면 무력화할 수 있다. 5~10개의 클러스터링 된 기사 세트(10~20개)를 게재해 포털 검색해서 90%는 밀어낼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최근엔 삼성그룹 식자재 유통 및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가 노동자들을 사찰한 정황을 보도한 한겨레21 기사가 지난 7일 포털에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삼성웰스토리 ‘손 씻기’ 기사에 밀려났다. 이는 삼성웰스토리가 올해 채용 면접에 ‘손 씻기’ 심사를 도입한다는 보도자료 내용으로, 한겨레21 기사를 밀어내기 위한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관련기사 : 삼성웰스토리 비판기사, ‘손씻기’로 밀어내기?]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홍보마케팅대행사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홍보마케팅대행사의 네이버 기사 밀어내기 제안서.
기업의 이 같은 포털에서 부정기사 밀어내기 행태는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내용을 보지 못하게 홍보성 기사로 쉽게 덮어버릴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현실적으로 어떤 기사가 홍보성인지 판별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며 기업의 ‘검색 결과 조작’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신경민·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짜뉴스, 혐오·차별표현, 댓글조작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포털·SNS 정책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유봉석 네이버 전무이사는 “형식적인 걸 떠나서 내용적 측면에서 진위나 중요도 여부를 우리가 판단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유 전무는 삼성 등 기업의 공공연한 비판 기사 밀어내기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현재 네이버는 뉴스 영역을 검색 결과에서 따로 모아 보여주고 있는데 거기엔 등록된 매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면서 “어떤 기사는 정상적인 기사이고, 어떤 기사는 홍보성인지 판별할 수 있는 근거가 솔직히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포털 업체는 뉴스 검색을 등록 매체에 한정하고 있고 해외 사업자에 비하면 등록 매체에 대한 제약도 강한 편인데 어뷰징(abusing·동일기사 반복전송) 등 형식적인 ‘비정상’ 행위를 넘어서는 물량 공세까진 막아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뉴스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 ‘클러스터링 기사송고’가 어뷰징으로도 악용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어 향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도 이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 ⓒ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 ⓒ 연합뉴스
한편 유 전무는 지난달 네이버가 민주당 측에서 제기한 매크로(macro) 프로그램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해 직접 수사의뢰한 건에 대해서도 “우리가 제출한 내용 중 의심 가는 내용에 대해 경찰이 상당 부분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여러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 민주당 가짜뉴스 고소·네이버 댓글조작 국민청원 효과는?]

유 전무는 “우리가 수사를 의뢰한 배경은 결국 매크로를 돌렸으면 돌린 PC나 디바이스에 매크로가 깔렸는지, 그런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범죄가 성립해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우린 관련 로그값이나 해당 기사에 대한 공감·비공감 등 댓글에 달린 모든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측의 수사의뢰에 앞서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민주당은 △새벽 시간대 매크로 사용으로 의심되는 기계적인 ‘좋아요’ 및 ‘나빠요’ 발생 △네이버 아이디 구매 사이트, 댓글 조작 사이트 발견 △몇몇 특정 기사에만 과도하게 댓글이 몰려있는 점 △온라인상에서 누리꾼이 제보한 의심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댓글 조작을 위한 매크로 사용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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