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유신 독재 시절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 언론을 부르짖자 박정희 정권은 중앙정보부를 통해 동아일보에 ‘광고 탄압’을 가했다. 기자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동아일보 사주를 압박해 1975년 3월17일 대량 해직 사태를 유발했다. 거리로 내쫓긴 동아일보·방송 언론인들이 결성한 조직이 바로 동아투위다.

이번 동아투위 기념식은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을 종식하고 공영 언론이 정상화 첫 발을 딛는 시점에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최승호 MBC 사장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최승호 MBC 사장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장해랑 EBS 사장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장해랑 EBS 사장이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 정상화하고 있는 KBS·MBC·EBS·연합뉴스의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이다. 공영 언론 사장단이 동아투위 기념식에 이처럼 한데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날 각 언론사 노동조합 대표들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최승호 MBC 사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동아투위 선배들이 없었다면 자유 언론 정신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고 저희 MBC 구성원들이 혹독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MBC를 잘 가꿔 대한민국 사회가 개혁되는 데 미력하게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MBC 정상화의 지난함도 토로했다. 최 사장은 “기존 보도본부 보직자들이 내려가고 다시 후배들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내 할 일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MBC가 완전히 정상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잃어버린 국민 신뢰는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씩 되찾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동아투위 선배들이 ‘좋아지고 있다’고 응원해주실 때 정말 힘이 난다”며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해랑 EBS 사장은 “다른 말은 필요 없는 것 같다”며 “선배님들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교육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힌 뒤 “선배들 정신을 잊지 않고 한국사회의 획일적인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볼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양승동 KBS 사장 내정자가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양승동 KBS 사장 내정자가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가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 언론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43주년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가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양승동 KBS 사장 내정자도 “지난 10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이 지난 43년 동안 보여주신 의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는 “자유 언론은 지금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과제”라며 “언론 개혁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요원한 일로 남아있다. 연합뉴스가 선두에 서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통해 자유 언론 실천의 시간을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기자들이 파업 중인 YTN에서는 최남수 사장 대신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참여했다. 최 사장은 동아투위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지난 1월 동아투위를 포함해 각계 원로 단체 인사 227명은 최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는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 YTN 노사 합의 파기 △과거 MB 칭송 칼럼 논란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을 이유로 최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노조 YTN지부의 투쟁에 공감·연대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YTN 사측은 “회사는 각계 인사들이 노조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전원 외부 인사가 참여한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당하고도 적법하게 선임된 YTN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현재 기자들이 파업 중인 YTN에서는 최남수 사장 대신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참여했다. 최 사장은 동아투위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박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현재 기자들이 파업 중인 YTN에서는 최남수 사장 대신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참여했다. 최 사장은 동아투위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박 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 정상화하고 있는 KBS·MBC·EBS·연합뉴스의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 정상화하고 있는 KBS·MBC·EBS·연합뉴스의 사장과 사장 내정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박 지부장은 최 사장에 대해 “부적격 인사가 검증 없이 선임된 뒤 사내 적폐 인사들을 비호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최남수 사장 퇴진이 없으면 YTN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YTN 정상화가 없다면 대한민국 언론 정상화도 없는 것”이라며 “저희들은 정말 일하고 싶다. 제대로 된 뉴스를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박 지부장은 “KBS·MBC·연합뉴스 모두 정상화 길로 가고 있는데 YTN은 (MB가 언론 장악을 시도하던) 2008년에 머물고 있다”며 “그래도 동아투위 선배들의 투쟁 정신을 생각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는 재야 운동가 백기완 선생,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왼쪽부터) 등 동아투위와 연대했던 원로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김도연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는 재야 운동가 백기완 선생,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왼쪽부터) 등 동아투위와 연대했던 원로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날 김종철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과 이듬해 동아투위 결성 등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5·18의 역사적 의미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렸던 것처럼, 또 4·19혁명 도화선이 됐던 대구 2·28 민주운동을 기렸던 것처럼, 유신에 맞섰던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언론과 민족을 일깨우는 역사적 동인이었음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는 재야 운동가 백기완 선생,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등 동아투위와 연대했던 원로 인사뿐 아니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관계자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는 재야 운동가 백기완 선생,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등 동아투위와 연대했던 원로 인사뿐 아니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관계자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김도연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 기념식에는 재야 운동가 백기완 선생, 이해동 목사, 함세웅 신부 등 동아투위와 연대했던 원로 인사뿐 아니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관계자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 인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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