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별 혐의 대부분을 중대 범죄로 규정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혐의가 구속 영장 발부 요건을 충분히 충족시킨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혐의가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 범죄 혐의에 비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9일 오후 횡령·뇌물수수·조세포탈 등 다수 혐의를 사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작년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혐의와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관계자는 “개별 혐의 하나 하나만으로도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 혐의고, 그러한 중대 범죄 혐의들이 계좌내역, 장부, 보고서, 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인 자료들과 핵심 관계자들의 다수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봤다”며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까지도 부인하는데다, 그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는 사람들과 최근까지 증거인멸과 말맞추기를 계속 해온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은 구속영장 발부 요건인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주의 우려 등을 고려하지 않고도 영장 발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검찰의 자신감을 나타낸다. 혐의의 중대성만 고려해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을 ‘중대 범죄 혐의자’로 분류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공모자들과의 법적 형평성도 거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일부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따른 종범이 구속돼 있다”며 “수사과정에서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실무자급 인사도 구속돼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시 형평성 문제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목한 증거인멸 용의자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국장에 대해 “(그가) 파쇄하려했던 장부가 이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 장부였다”며 “크게 보면 (파쇄 등 행위가) 이 전 대통령 범죄 혐의 입증에 방해되는 방향으로 이뤄졌던 것은 맞고 (그는) 그 혐의로 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이 전 대통령 혐의 사실은 18개 내외로, 적용된 법조는 6가지가 넘는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뇌물·조세포탈·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횡령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다.

검찰은 뇌물 수수 혐의 총액을 110억원대, 횡령액 등 불법자금 혐의 총액을 350억원대로 보고 있다. 불법 혐의를 사고 있는 금전 규모가 총 460억 원대에 달하는 셈이다.

뇌물 수수 혐의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17억5천만원 상납 사건 △삼성의 다스 소송비 60억 원 대납 사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의 22억5천만원 상납 사건 △대보그룹 5억원·ABC 상사 2억원·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4억원 등 불법자금 수수 사건 등이 있다.

검찰은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12월 대선 기간에 능인선원 주지인 지광스님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뇌물 수수 혐의도 추가했다.

국고손실 혐의는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17억5천만원에 대해 적용됐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에 손해를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하여 횡령·배임했을 경우, 피의자는 가중처벌될 수 있다. 특가법은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실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350억 원은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로 지목되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와 관련된 각종 비자금, 법인카드 사용대금, 자동차 사용 등이 포함돼 있다. 350억 원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60억원 대 횡령·배임 혐의 △이영배 금강(다스 협력업체) 대표 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다스 경리직원의 120억원대 횡령 혐의 등이 포함돼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다스에서 35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원대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에 대해선 조세포탈죄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설립 과정에서의 자금 조달, 내부 의사결정 문제, 회사 운영에 있어 주요한 의사결정 문제, 회사를 통해 나오는 주요 수익을 누가 수취했고 그에 따른 이익을 누가 가져갔는가 등을 봤고, 그 결과 이 회사(다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했다”면서 “객관적 사실들과 핵심 관련자들, 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관여자들 진술을 들어서 그런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가 나눠 가졌던 도곡동 땅 실소유주도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도곡동땅 자체도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스 회장 이상은씨와 김재정씨는 1985년 현대건설 등으로부터 문제의 도곡동 땅을 사들였다. 1985년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다. 10여 년 뒤 이 땅은 포스코에 17배가 오른 가격으로 팔렸다. 땅 매각대금의 일부가 다스의 출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이후 밝혀졌다.

수사팀은 매각대금 중 150억여원의 사용처를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다스 출자금을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 알려졌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경우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 등에게 삼성전자로 하여금 다스 소송비 60억 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자신의 직무와 관련없는 업무를 지시한 혐의다. 이에 더해 처남 김재정씨의 사망 후 청와대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직무와 관련없는 상속세 납부 방향을 검토시킨 부분도 추가됐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는 207쪽, 각종 의견서 등을 포함하면 1천여 쪽이 넘는다 .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통상적인 범죄 사건”이라며 “통상적인 형사사건과 똑같은 기준에서, 똑같은 사법 시스템 절차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은 이런 사건에 대해 구속수사를 해왔다”며 “또한 범죄 최종 지시자와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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