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19일 선언하자 대통령 개헌안에 담길 권력구조 및 정부형태와 관련 4년 연임제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장기집권 음모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대통령 개헌안에 4년 연임제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SNS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노리고 개헌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날 개헌안 발의 시점을 26일로 못박자 야권의 정치인 중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헌법에 나온 임기연장 관련 개헌 규정을 모르고 주장했다면 정치인 자격을 의심할 수 있는 사안이다. 알고도 주장했다면 거짓말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난이 예상된다.

장본인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대통령발 개헌 발의 뉴스가 나온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푸틴이 6년제 러시아 대통령으로 재선됐다. 스탈린 30년 집권 이후 최장이다. 시진핑도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3선 금지조항을 삭제해서 종신집권의 길을 열고, 5년 임기 국가주석에 재선됐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얘기를 꺼내들었다.

김 전 지사는 “5.16 개헌, 유신 개헌, 5공 개헌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제치고 직접 발의하는 4번째 개헌을 통해 5년 단임제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바꾸려고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5년 임기도 못 마치게 끌어내려 감옥 보내 놓고, 문재인 대통령 자신은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개헌하여 8년으로 집권연장을 꾀할 수 있게 하려니, 이게 뭡니까”라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대로라면 5년 단임제가 4년 중임제로 바뀌게 되고 문 대통령의 임기를 8년까지 연장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전 지사의 주장은 거짓이다. 헌법 제12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대통령 안대로 개헌이 되더라도 8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뜻이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지사는 용어 역시 잘못 사용했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는 4년 연임제 내용이 담겨 있고, 정확히 말하면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다.

중임제는 시기와 상관없이 두 번까지 대통령직에 도전해 당선될 수 있지만 4년 1차 연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단 한차례만 4년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마치고 개헌안에 따라 4년 임기를 하고 다시 4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현행 헌법 전문도 보지 않고 4년 1차 연임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한 ‘헛소문’에 가깝다. 한 누리꾼은 김 전 지사의 장기집권연장 주장에 대해 “어떻게 법을 만드는 입법부 국회의원까지 하신 분이 헌법 한번 안 들춰보느냐”고 비난했다.

▲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페이스북.
▲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잘못된 오해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초청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4년 중임제를 한다면 그 제도는 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된다”면서 “혹시라도 이 개헌이 저에게 무슨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 분명히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4년 연임제에 대해 “여러 차례 계속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 임기연장 장기집권음모와는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도 헌법 제128조 2항을 삭제하면 임기연장이 가능하다는 소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헌법 128조 2항을 삭제하면 현직 대통령 임기 연장과 관련한 개헌안 적용 금지 내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4년 연임제안을 적용받을 수 있고,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인데 억지에 가깝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해당 조항의 삭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청와대는 20일부터 22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전문을 공개하고 설명을 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인데 이 같은 ‘오해’에 대한 내용도 적극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개헌안을 합의하면 이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6월 지방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부치는 안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 개헌안을 가지고 국민에 직접 이해를 구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석 상 3분의 2 찬성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개헌 자체에 대한 찬성 여론을 높이고 끝까지 압박할 경우 국회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대통령 개헌안 중 국회의원을 소환시킬 수 있는 국민소환제의 경우 국회가 반발할 수 있는 내용인데, 대통령이 나서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적극 설명을 구하면서 국회를 압박하고 대통령 개헌안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국회의원 소환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무려 91%(‘매우 찬성한다’ 70.5%, ‘찬성하는 편이다’ 20.5%)가 찬성한다고 응답한했다.(전국 만19세 성인남녀 1,041명 / 유무선 RDD / 전화면접조사 방식 /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수준 / 응답률은 12.0% /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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