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다 해고된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를 결성한 지 43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최남수 YTN 사장은 행사에 초청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투위 측에 따르면 최승호 MBC 사장과 장해랑 EBS 사장, 양승동 KBS 사장 내정자,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등 공영언론 사장·내정자들은 19일 오후 7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지만 최 사장은 초청받지 못했다.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남수 사장은 나가야 할 인사”라며 “행사장에는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참석해 YTN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이번 동아투위 기념식은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을 종식하고 공영 언론이 정상화 첫 발을 딛는 시점에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 1월 동아투위를 포함해 각계 원로 단체 인사 227명은 최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는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등을 논의했던 지난해 12월 YTN 노사 합의 파기 △과거 MB 칭송 칼럼 논란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을 이유로 최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노조 YTN지부의 투쟁에 공감·연대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YTN 사측은 “회사는 각계 인사들이 노조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전원 외부 인사가 참여한 사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당하고도 적법하게 선임된 YTN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투위는 19일 성명을 내어 동아일보 폐간을 촉구했다. 이들은 “동아일보사에서는 지난 98년 동안 ‘창간 사주’를 자처하는 김성수로부터, 그의 장남 김상만, 장손 김병관, 장증손 김재호로 경영권이 세습돼 왔다”며 “그 일가 4대는 하나 같이 민족을 속이고 민중과 등을 진 채 사회의 공기인 언론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투위는 “김상만은 박정희 정권과 야합해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한 사원 113명을 강제 해직한 장본인”이라며 “김병관은 1980년 ‘서울의 봄’에 기겁을 했던지 동아투위에 은밀하게 대화의 손길을 뻗다가 전두환 신군부의 5·17 쿠데타로 독재가 재현되자 재빨리 몸을 사려버렸다. 김재호는 할아버지의 언론인 학살과 아버지의 후안무치한 태도에 관해 동아투위를 향해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나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동아투위 위원들과 언론계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17일 오전 동아투위 42주년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동아투위 위원들과 언론계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17일 오전 동아투위 42주년 기자회견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동아투위는 “동아일보는 오는 2020년에 창간 100주년을 맞는다”며 “앞으로 2년 안에 동아일보가 민주화를 지향하고 민족의 화해와 공존을 추동하는 신문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일보가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폐간하라고 강력히 주장한다”며 “그렇게 되면 진정한 국민주 신문을 열망하는 시민들이 모금을 통해 동아일보를 인수해 민주·민족·민중언론으로 재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신에 맞서 언론자유를 외치던 동아일보 기자들과 동아방송 PD·아나운서·기술인들은 1975년 3월17일 회사가 동원한 용역에 의해 거리로 쫓겨났고 강제 해직됐다. 해직된 언론인 113명은 해고 직후 태평로 신문회관에서 동아투위를 결성했다. 이들 동아투위는 지난 43년여 동안 ‘언론자유 수호’ 투쟁 최전선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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