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 과거 행적이 언론에 많이 나오더라. YTN 사장 선임 당시 그런 것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진 않았다. 나는 공공기업 임원추천위원회에 많이 참여했는데 SNS 활동이나 칼럼 등 과거 행적과 그에 대한 호불호를 평가한 적은 없었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뽑는 건 아니지 않나? 일반 공공기업 가운데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곳은 없다.”

신완선 YTN 사외이사(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기가 곧 끝나는 우리들이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YTN 사태’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최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트윗을 게시한 사실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띄우는 칼럼을 쓴 전력 등에 대해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사’로서 YTN이 갖는 특수성보다 하나의 ‘공공기업’으로서 보편성을 강조하는 듯했다.

▲ 최남수 YTN 사장(가운데) 사퇴를 촉구하며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지난 13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YTN 이사회에 최 사장 해임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해임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내 이사인 김호성 YTN 상무(왼쪽)와 최 사장 신완선 사외이사(오른쪽)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YTN 사장(가운데) 사퇴를 촉구하며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지난 13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YTN 이사회에 최 사장 해임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해임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사내 이사인 김호성 YTN 상무(왼쪽)와 최 사장 신완선 사외이사(오른쪽)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신 이사와의 통화 내용을 뒤늦게 기록하는 까닭은 언론사 사장 선임 과정과 평가가 일반 시각과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한전KDN, 한국인삼공사,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소유인 YTN 지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신 이사 임기는 오는 25일까지다. 28일 열리는 YTN 주주총회에서 곽채기 동국대 교수가 신임될 예정이다. 현재 YTN 이사회 7인 구성을 보면 최 사장과 김호성 YTN 상무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 비상무이사로 김영규 한국마사회 부회장 겸 말산업육성본부장, 김재윤 한림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활동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신완선 교수, 유준수 전 KT&G CR본부장이 맡고 있다. 

신 이사는 통화에서 “그만두는 입장에서 보면 YTN 노사 양쪽 모두 한 발씩 양보하고, 이를 테면 사장을 임기 중간에 재신임한다든지”라고 말한 바 있는데 지난 13일 YTN 이사회는 “최남수 사장의 신임 여부를 묻는 중간 평가를 2019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이사회 전까지 실시한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YTN 이사회가 최 사장 임기를 최소 1년 보장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조는 이날 이사회에 최 사장 해임 청원서를 전달했지만 이사회 직후 사내 이사인 김호성 상무는 “(해임안) 상정은 되지 않았고 이사들이 참고만 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지난달 통화에서 “YTN 이사회 과정에 노조 쪽 이야기도 많이 반영됐다”고 주장한 뒤 “그 때문에 이사회 결정이 그동안 많이 번복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양쪽 모두 감정적으로 너무 많이 나갔다”며 “사장을 뽑는 절차는 허접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 사사로움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는 “권한은 없지만 나는 다른 이사들에게 ‘앞으로 사외이사는 노조 쪽 이야기를 들어서 그쪽에서 원하는 사람들을 세우라’고 한 적 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한 까닭은 ‘(노조 쪽) 사외이사가 현 집행부(경영진)를 견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는 2008년 MB 정부의 방송 장악에 맞서다가 해직된 언론인들이 지난해 복직한 데 대해 “9년 만에 좋지 못한 게 풀린 것인데 이번에는 연착륙하는 선택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급박하게 의사 결정하면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조의 양보가 더 필요하다는 뉘앙스였다. 

▲ 언론노조YTN지부 조합원 150여명이 지난 13일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쉐라톤팔레스호텔 출구 쪽에서 최 사장 차량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언론노조YTN지부 조합원 150여명이 지난 13일 최남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쉐라톤팔레스호텔 출구 쪽에서 최 사장 차량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신 이사 발언을 종합해보면 최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이나 절차에 문제가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해임을 논의하는 것은 어려우며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2019년 최 사장에 대한 중간 평가’를 포함해 ‘YTN 노사는 파업 및 방송 파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즉각 시작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성실히 노력한다’, ‘노사 합의 사항의 중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등을 소집한다’ 등 3가지 중재안을 노사에 주문했다.

이에 최 사장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어 “우리 진솔하게 담론부터 하자. 미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노사 대화’에서 어떤 의제라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남수씨 대화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한다”며 “무책임한 이사회 주문과 최남수씨의 아전인수 입장문으로 대화의 길은 더욱 철저히 봉쇄됐다”고 맞섰다. 

이와 같은 YTN 노사 대치 국면에서 분명한 것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이다. 2016년 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언론 개혁을 적폐 청산 과제로 꼽았다. 언론노조 YTN지부도 파업 명분으로 ‘적폐 청산’을 꼽고 있다.

2008년 해직 언론인 출신 노종면 기자에 대한 보도국장 재지명 합의 파기 등 노사 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내 적폐 인사들과 한 몸이 된 최 사장을 사장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요구다. YTN 이사회와 회사, 그리고 노조 가운데 누가 시민 목소리에 부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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