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사들이 패럴림픽 편성을 소극적으로 한다는 지적을 받고 ‘부랴부랴’ 편성 확대에 나섰다.

15일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공영방송사들은 패럴림픽 편성시간을 KBS 44시간, MBC 35시간으로 확대했다. 두 공영방송은 패럴림픽 개막 때만 해도 KBS 25시간, MBC 18시간만 편성을 계획했는데, 2배 가까이 편성시간을 늘린 것이다. 

공영방송사들이 편성시간을 늘린 이유는 ‘패럴림픽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12일 스포츠조선은 한국 지상파 방송사의 패럴림픽 중계가 일본 NHK(62시간), 미국 NBC(94시간), 영국 채널4(100시간)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패럴림픽 개막식 현장. 사진=이치열 기자.
▲ 패럴림픽 개막식 현장. 사진=이치열 기자.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이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중계방송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고 공영방송사들이 편성 확대에 나선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소속된 한국방송협회는 편성 확대 사실을 전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해외 방송사 비교 자료는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협회는 “해외방송사의 경우 지상파가 아닌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케이블이나 위성채널에서 방송하고 있다”면서 “지상파 본방송을 통해 방송하는 것은 거의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조선의 보도는 한국은 지상파 본방송을 기준으로 놓고 해외의 경우 위성, 케이블 등 유료방송 계열채널의 편성시간까지 더했기 때문에 비교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NHK의 경우 62시간 편성 가운데 본 채널 중계는 32시간 뿐이고 다른 중계는 위성 등 계열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방송시장의 특성상 지상파 방송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패럴림픽 중계 방송의 편성을 늘리기 힘든 현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별로 최초 편성 계획을 비교하면 3사 가운데 SBS가 32시간을 편성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KBS 25시간, MBC 18시간 편성을 계획하는 데 그쳤다. 민영방송의 패럴림픽 방송 시간이 공영방송을 압도한 것으로 굳이 해외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공영방송이 소극적인 건 사실이다.

공영방송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장애인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편성 확대를 요구했지만 MBC는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시청자 요구를 외면하다 대통령이 지적하자 부랴부랴 편성한 모양새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의 ‘공적 역할 외면’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도마에 올랐다. 지상파3사가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을 제대로 내보내지 않은 데 대해 시민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는 지상파 3사에 폐막식 때 수어 통역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폐막식 때 KBS는 상당 부분 수어통역을 내보낸 반면 MBC와 SBS는 일부 내용만 수어통역을 내보내 비판을 받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가 방송사에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편성에 직접 간섭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방송사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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