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작 제재를 해야 하는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는 “(여야 추천 위원 간) 합의를 중시한다”는 입장이다.

허미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기 방통심의위 기자회견에서 TV조선 전원책 전 앵커 발언에 대한 경징계 결정과 관련해 “합의를 중시하는 소위원장의 생각과 가치관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전원책 전 앵커는 지난해 8월 TV조선 종합뉴스9에서 정부의 박정희 전 대통령 우표 발행 취소 결정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방송은 심의에 올랐으나 벌점을 받지 않는 행정지도에 그쳤다. 방통심의위는 심의 과정에서 진행자가 ‘퇴출’된 점을 감안했으나 전원책 앵커는 해당 발언 후 5개월 동안 방송을 했고 TV조선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 ‘퇴출’됐다고 보기 어렵다.

▲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허미숙 방송소위 위원장은 “양형 기준을 철저하게 만들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다만, 당사자 하차 이후 TV조선이 더 이상 그런 방송을 양산하지 않는 점도 심의에 참고했다. 대단히 긴 토론을 거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미숙 위원장은 “필요하면 블라인드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프로그램명과 이름을 가리고 심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치심의를 배제하면서도 홈쇼핑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기자는 “홈쇼핑 심의 제재건수가 많고 수위도 높아 업계에서 당황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규제만으로 해결될 건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4기 방통심의위는 2012년 이후 한번도 내려진 적 없는 최고 수준의 과징금 제재를 연달아 추진하고 있다.

강상현 위원장은 “판단은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진다”면서 “명백하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허위, 과장 광고가 심한 경우 규제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지금 소위의 제재 수준이 높은 건지 이전이 낮었던 건지 냉정하게 판단하셨으면 좋겠다”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보도교양프로그램 심의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만든 방송에 대한 심의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가 홍보팀을 홍보실로 개편하고 대변인직을 신설해 외부인사 공모가 가능한 ‘개방형 직위’로 바꾸는 점도 논란이 됐다. 미디어스 기자는 “대변인직에 정치권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변인이라는 직위를 굳이 전문가로 뽑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 역시 정치권 인사가 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심영섭 위원은 “정말 전문가를 모셔보자는 의미”라며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취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보도자료도  제대로 안 낸다는 비판을 받아 개선책으로 홍보업무를 강화하고 대국민 PR까지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문제제기에 동조하며 “역량을 가진 분이 내부에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한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팀처럼 돼버릴 수 있다. 기회는 공정하게 부여해야 한다. 그런 전제 하에 진행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강상현 방통심의위원장은 ‘적폐청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밀린 심의 안건을 처리하는 게 급선무이고, 그 다음은 적폐청산”이라며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정치심의, 편파심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는 적폐청산 과제로 조직개편, 인사조치, 제도개혁 세가지를 제시했다.

방통심의위는 문재인 정부 정책과제인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물의 자율규제 전환’에 대해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상현 위원장은 “자율규제가 방송까지 확대되는 건 조심스럽고, 인터넷상에서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되 불법적인 영역과 지나치게 유해한 영역의 경우 공적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범위와 대상에 대해서는 연구를 하고 공개적으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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