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후속 조처를 특별 지시했다. 청와대는 지시에 따라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해 부정 합격한 226명에 대해 직권면직 처리를 하기로 뜻을 모으고 관계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강원랜드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결과를 보고 받은 후 후속 조처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가 드러났는데도 가담자나 부정합격자 처리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임종석 비서실장은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어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226명에 대해 직권면직 등 인사 조처를 하기로 했고, 감독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산업부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결과 강원랜드에서 채용비리와 관련해 점수가 커트라인 아래였는데도 합격한 사람은 226명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2월 5일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하지만 이후 인사 조처는 취해지지 않았다. 향후 송사에 휘말릴 수 있는 소지가 있어 공공기관장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인사조처가 뒤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면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대표적인 기관인 강원랜드를 시범 케이스로 직권면직 인사 조처를 하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기소 등 법적 절차는 받지 않고 그 전 단계에서(라도) 우선 직권면직 등 사실상 해고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뜻을 모았고, 강원랜드 감독기관인 산업부와 논의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직권면직된 당사자들이 소송을 걸면 이에 법적 대응을 하더라도 인사조처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후속 인사 조처를 발빠르게 취하라고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게 채용비리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채용비리 문제는 청년 일자리하고도 연결된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데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특히 청년층에서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 있다. 이런 가운데 채용비리에 대한 후속 조처가 늦어지면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최근 정부의 채용비리 의지를 무색케하는 일이 벌어진 것도 무관치 않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개혁을 내걸고 취임하면서 금융권의 채용비리 척결에 나섰지만 최 원장이 채용비리 문제의 당사자라는 의혹을 받았다.

최 원장은 지난 1월 하나은행 등 5곳에서 22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검사 수사 과정에서 최 원장이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대학 동기 아들의 이름을 하나은행 측에 전달한 정황이 나왔다. 최 원장은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사표를 수리했다.

▲ 13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18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13일 오후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2018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후속 조처 지시 사항에 대해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3년 전 가스안전공사 공채에 응시했다가 탈락한 A씨는 최근 입사 의사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7월 채용 비리가 적발됐고 불공정 입사 절차로 탈락 피해를 본 8명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채용 소식을 접한 탈락자는 기뻐하기보다는 당황해했다. 구제가 늦어지면서 이미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특별한 사정상 채용에 응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같이 후속 인사 조처가 늦어지면 구제 시간도 늦어지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 부정합격자를 우선 면직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랜드에 한정해 직권면직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다른 채용비리 적발 공공기관 역시 스스로 후속 인사 조처를 우선적으로 취하라는 신호가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랄까 이런 게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후속인사)조처를 취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채용비리가 적발된 준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가 행사할 권한이 있다면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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