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15일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불법적인 여론조작과 정치개입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보안국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찰 내부 문건과 경찰청 보안국 자체 조사,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보안국을 중심으로 온라인상 정부 비판 게시물 대응 계획을 세우고 댓글 작성 등 여론 조작을 벌였다.

이재정 의원이 입수한 2011년 4월18일 ‘안보 관련 인터넷상 왜곡 정보 대응 방안’ 문건을 보면 국가 안보와 관련 왜곡 정보 확산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보수단체 회원 수만 명을 동원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1단계(보안사이버수사요원 88명 동원)와 2단계(전 지방청, 경찰서 보안요원 1860명 동원)까지 통하지 않으면 3단계에는 인터넷 포털 보수단체 회원 7만7917명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 보안국은 2012년 2월 보수단체와 접촉해 인터넷 여론 대응을 위해 민간 요원을 비밀리에 선발하는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당시 작성된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운영 계획’ 문건에는 임국빈 보안2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3월 말 요원을 선발하고, 19대 총선이 있었던 4월 초에는 사이버 신고요원을 위촉,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해 사이버 안보 위해 요소 색출 활동을 전개한다고 나와 있다.

▲ 2012년 2월 경찰청 보안국이 작성한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운영 계획’ 문건. 자료=이재정 의원실 제공
▲ 2012년 2월 경찰청 보안국이 작성한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운영 계획’ 문건. 자료=이재정 의원실 제공
참여연대는 “2011년 초 시작된 계획이 지속해서 구체화 되는 과정과 사이버 안보 신고요원 운영계획의 구체적 내용 등에 비춰볼 때, 계획에 따라 실제 실행됐을 것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13일 경찰청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김아무개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장이 국방부 군 사이버사령부가 관리하던 이른바 ‘블랙펜’(정부 비판 게시물 작성자) 자료를 넘겨받아 내·수사 및 통신자료 제공요청 등에 활용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경찰의 행위는 누구보다 불법을 엄단하고 엄정하게 법과 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직접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작하고, 정부 정책 등에 비판적인 국민의 표현 행위를 억압하는 등 불법 행위의 직접적 수행자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참여연대는 “보안사이버요원이나 보안요원들이 포털에 실명·차명으로 가입한 복수의 아이디를 통해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하고 보수단체를 비밀리 동원해 게시물을 작성토록 하는 것은 경찰청 보안국의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 사진=노컷뉴스
▲ 사진=노컷뉴스
이날 형법상 직권남용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대상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보안국장, 황성찬 전 보안국장, 임국빈 전 보안2과장, 김아무개 전 사이버보안수사대장 등이다.

참여연대는 “피고발인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정부와 특정 정치 세력을 옹호하고 이를 비판하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했다”며 “정부에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고 표현물을 삭제·차단하거나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12일 경찰청도 자체 진상조사 결과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하고 특별수사단을 꾸려 정식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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