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 화염병 투척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구속까지 당했던 임옥현씨가 최종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15일 임씨 사건에 대한 검사 상고를 기각했다. 임씨는 1심과 2심에서도 무죄선고를 받았다. 최종심에서도 무죄 선고 판결이 유지되면서 죄를 벗은 것이다.

해당 사건은 긴급체포부터 구속영장 재청구, 기소에 이르기까지 발 빠르게 진행됐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인정받지 못하면서 애초 수사당국이 무리한 법집행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013년 5월 5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저택에 화염병이 날아 들어온 사건이 발생했다.

5월 17일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임씨를 긴급체포했다. 당시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경찰은 끝내 영장을 재청구해 임씨를 구속시켰다. 임씨는 4개월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하다가 보석을 신청해 석방됐다.

재판에서는 검찰은 임씨가 범인이라면서 특정할 수 없는 인물이 찍힌 CCTV 화면을 제출했지만 임씨와 동일인물인지 알 수 없다며 법원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임씨의 집안에서도 인화물질이 묻은 물건 등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검찰은 최첨단 수사기법이라면서 임씨의 걸음걸이와 CCTV 속 인물의 걸음걸이가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분석 결과를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았다.(관련 기사 : 원세훈 자택 화염병 투척 방화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 임옥현씨.
▲ 임옥현씨.

임씨의 변호인 이보람 변호사는 통화에서 “디지털 증거는 왜곡되기 쉽고 조작이 가능한데 임씨 사건의 재판부도 이런 우려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의 얼굴도 나오지 않았는데 동일인물이라며 CCTV를 제출하고 최첨단 분석기법이라며 걸음걸이로 임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모두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은 무고한 사람을 무리하게 기소한 전형으로 보인다. 의도적으로 임씨를 특정해서 CCTV를 수집하고 피고인의 집으로 역추적한 게 아닌지도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당시 임씨를 범인으로 몰아세운 것은 언론이 추동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임씨가 긴급체포를 당하고 난 뒤부터 사실상 확신범으로 낙인을 찍었다. 특히 임씨가 진보정당 활동을 하고 삼성에 다니는 회사원이라며 신원을 특정했다.

임씨는 언론 보도로 회사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5년 동안 임씨는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임씨는 통화에서 “사건이 5년이 흘렀고 2심 선고를 받은지 3년 6개월 만에 최종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구속됐을 때 많이 힘들었고 불안했는데 이제 좀 홀가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의해 제 신원이 밝혀지면서 회사에서 눈치를 본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선 안된다. 보도에 신중해야 한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이 같은 언론보도로 인해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사회적 시선이나 생활의 불안정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임씨는 “아마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났다면 언론들이 대부분 보도했을 것이다. 대법원 무죄 선고 소식은 부끄러워서라도 보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씨는 기소된 날부터 현재까지 하루 정해진 일정금액을 합쳐 보상금액을 청구할 예정이다.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최종 선고 받으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임씨는 국가 배상을 청구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억울한 옥살이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 등을 산정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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