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아침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5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100억이 넘는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십수가지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그 직전 대통령이 무거운 혐의를 받고 검찰에 출석했다는 점, 점차 드러나고 있는 그의 혐의 내용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다는 점에서 15일자 조간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소식을 1면에 다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전 대통령들도 검찰에 소환됐을 때 신문은 모두 1면에 관련 소식을 다뤘다.
그렇다면,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때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소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을까?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당시 기사와 사설 내용 그리고 차이점을 살펴봤다.
①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다음날인 2009년 5월1일자 조선일보 1면 제목은 “아니다… 모른다… 생각 안난다”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성 없이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제목이다. 당시 신경무 조선일보 화백은 만평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차로 합천에서 강제연행 했는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방탄 선팅 리무진으로 이동한다고 비꼬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상황도 옆에서 본 것처럼 자세하게 기술했다. 3면 “녹차 한잔,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기사에서는 “이 중수부장(이인규)은 노 전 대통령에게 수사 협조를 당부하기 시작했다”며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였다”고 묘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에 도착하는 과정도 모두 사진과 지도, 글로 기록했다.
② 박근혜 씨 소환 당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해 3월21일이었다. 이날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16시간 넘게 조사받은 박前대통령”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분노를 유발하는 제목을 쓴 반면, 박근혜씨에게는 일견 동정심을 유발할 수도 있는 제목을 썼다.
사설 “검찰청 출두 前 대통령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부끄럽다’고 하던 것과 달리 분노가 엿보이지 않았다. 그냥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되 사건 처리를 미룸으로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피해야 한다”는 정도였다. 또한 “대통령이나 그 핵심 측근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나라는 우리 외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국식 대통령제는 수명이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됐을 때 없었던 표현이다.
중앙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정치권이 앞장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속’과 ‘불구속’을 외치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리는 구속과 불구속의 신병 처리는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조사의 성실성 여부가 그 기준이 돼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무슨 말인지도 알기 어려운 주장이다.
③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 당시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1년새 전직 대통령 2명 구속되나”다. 보기에 따라 그냥 단순 사실만 전달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구속에 대한 거부감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양 측 의견을 길게 인용해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이 前 대통령 출두, 제왕적 대통령制 고쳐야 마지막 된다”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혐의가 나온 뒤에 사람을 수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표적으로 삼고 혐의를 찾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 하나가 발견된 후 측근들을 조사에서 혐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수사는 광범위하고 집요했다”며 “(중략) 그런 한 편으로 검찰이 찾아낸 혐의 중에는 ‘정치 보복’ 주장으로 넘어갈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1%만 적게 득표해도 전부를 잃는 야당은 내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정권을 잡으면 그 한을 보복으로 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설 “檢 불려간 5번째 전직 대통령을 보는 참담함”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인정할 혐의는 인정하고 소명할 것은 소명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구속여부에 대해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까지 수의에 수갑을 차고 구치소와 법원을 왔다 갔다 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인가”라며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해서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불과 9년여 전 “감상적 논란에 (구속영장을) 좌우할 수 없다”고 했던 동아일보였다.
사설 “참담한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검찰은 사법 원칙 존중해야”에서는 ‘사법 원칙’을 주장했다. 다만 그 ‘사법 원칙’이란 엄정한 수사가 아니었다. 중앙일보는 “항변의 진위는 재판을 통해 가리면 된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권과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반년 이상 탈탈 털었다고 보는 국민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1면 기사 제목부터 이 전 대통령의 말로 시작해 신문의 맨 뒤 사설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