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에 잦은 목욕탕 이용으로 논란이 돼 사과한 이창희 진주시장(자유한국당)이 비판 기사를 쓴 언론을 ‘사이비언론’으로 규정해 출입 제한 조치를 지시하고 기자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이창희 시장은 기자실에 앉아 있던 한 기자에게 다가가 폭언을 했다. 앞서 지난 12일 진주시민신문, 뉴스프리존, 브릿지경제는 이창희 시장이 관용차를 타고 업무시간 도중 목욕탕을 자주 방문한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진주지역 시민사회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전국적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이창희 시장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시장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가던 중 A기자를 발견하고 다가가 반말로 “가만 있어봐. 너 XXX라고 했냐”라며 “네가 (목욕탕 출입 비판하는 기사) 썼나. 네가 그거 썼나. 너는 썼나 안 썼나 니도 해당사항 아니가”라고 말했다.

▲ 이창희 진주시장이 업무시간 관용차를 타고 목욕탕에 수시로 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진주시민신문의 보도.
▲ 이창희 진주시장이 업무시간 관용차를 타고 목욕탕에 수시로 출입했다는 내용을 담은 진주시민신문의 보도.

A기자는 “저 좀, 말로 그런 식으로 하지마시고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이창희 시장은 “니 나이가 새카만게(어린게)”라며 기자에게 ‘니(너)’라고 부른다. A기자가 “나이가 새카맣게 어리더라도 말로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죠. ‘당신’ 이라는 식으로 하면 안되죠”라고 하자 이창희 시장은 흥분한 말투로 “그럼 당신이라고 하지 뭐라고 할꼬. ‘야이 새끼야’라고 할까” “너 처음보니까. 나는 니 처음봐”라고 말을 이어갔다.

진주시청을 출입하는 복수의 기자들에 따르면 이창희 시장은 시의회의 질의를 들은 후 기자실에 들어와 기자단 소속 기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기자실은 기자들에게 공개된 공간이다.

이창희 시장은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사이비언론’으로 규정하고 ‘출입 제한’ 조치를 취하라고 기자단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시장은 기자실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에게 “기자실을 어떻게 운용해? 누가 관리해?” “(기자단) 가입 안 된 것들 오면 안 될 거 아냐. 책상 주면 안 되잖아?”라고 말했다. 


기자단 소속의 한 기자가 다른 시에서는 출입 기준이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자 이창희 시장은 “사이비 언론은 언론도 아니야. 규제를 해야지”라며 “규정 만들어. 아무나 여기 와서 (취재 못하게) 규정 만들어”라고 지시했다. 군소매체의 경우 브리핑룸 출입 자체를 제한하라고 한 것이다. 이창희 시장의 목욕 논란을 다룬 언론사들은 기자단 소속 12개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창희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언론과 정치권,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해 “세상에 목욕 안 하는 놈 어딨나”라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단 소속 기자들과 대화를 하며 “목욕 한다고 시비거는 놈 태어나서 처음봤어. 목욕을 하루 12번 하는 것도 아니고. 며칠에 한번 간다고. 그것도 동네목욕탕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창희 시장은 “이것들이 말이야. 어디다 대고 말이야. 자기가 (언론이) 더 나쁜 일하는 놈들이. 내가 계집질을 했냐. 뇌물을 받아먹었나. 도둑질을 했냐”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창희 시장은 목욕탕 출입 여부를 취재한 기자에게 ‘사찰’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형사도 아니고 자기들 맘대로 1년 가까이 따라다녔다며? 두고 보라고, 이건 미행, 감시, 사찰이야. 어떤 놈 사주를 받았는지도 밝혀낼 거야. 자기들은 이명박이 ‘불법사찰’했느니 그리 (보도)해놓고는 자기들은 해도 되나?”라고 말했다.

이창희 시장은 하루 종일 업무를 하는 특성상 목욕탕 출입이 문제가 없다고 여러차례 주장했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에 목욕탕이 있지만 여기는 아니지 않나.” “(관용차 타는 게 문제라면) 목욕탕 가려면 택시로 갈아타야 하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진주시 공보 담당자는 “성이 나서 그때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고 실제로  출입제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폭언한 데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없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