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정규직 전환으로 주목을 받았던 SK브로드밴드 자회사 노동자들이 기본급 기준 최저임금도 못받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이하 노조) 노동자들은 14일 서울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반노동적’ 행위가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SK의 개입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SK브로드밴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민간기업 최초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6월 홈앤서비스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만들고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그러나 노조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전혀 나아진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월 기본급은 158만 원으로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157만3770원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통상임금 기준으로 연봉은 2052만 원에 불과하다. 이들 노동자는 호봉제가 아니기 때문에 연차가 올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 유료방송 설치기사의 노동환경.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 유료방송 설치기사의 노동환경.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영업직, 내근직 등 일부 직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보다도 낮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김선우 정책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업, 내근직 등의 노동자들은 월급이 148만 원”이라며 “이게 최저임금에 미달되니 다른 노동자와 동일하게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실적에 따른 수당이나 성과급 10만~20만 원까지 더해서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라고 사측은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앤서비스 설립 이전 개별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었던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은 점도 문제였지만 개별 협력업체마다 처우가 다른 점, 실적금 중심의 임금체계에 따른 노동환경 악화 등의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노사는 임금TF를 만들고 임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단됐다.

김선우 부장은 “사측은 센터마다 현장직군의 (업무에 따른) 포인트가 달랐던 것만 맞추고 임금체계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다”면서 “실질적으로 TF는 굴러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홈앤서비스 사측은 지난 9일 ‘고성과 조직 20%’와 ‘고성과 구성원 10%’를 정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했다. 김선우 부장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실적금을 지급할 때 노사가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지급에 대한 기준 논의도 없이 갑자기 대상자를 통보하고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조는 “단체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생존경쟁은 심해질 것이고, 영업 및 실적 압박으로 인해 고객을 ‘호갱’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조는 사측이 노동자 ‘안전’에도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인터넷·IPTV설치 및 수리 노동자들은 전신주, 옥상 등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2016년 SK브로드밴드 개인도급 노동자, 지난해 KT 인터넷 설치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홈앤서비스는 인터넷 교육으로 안전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김선우 부장은 “지금 인터넷 교육도 중간관리자가 미리 답을 알려줘 대충 답만 적는 방식”이라며 “따로 시간을 내 집체교육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미 인터넷 업체와 계약해 기간은 채워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홈앤서비스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았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