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를 비롯해 횡령·직권남용 등 20개 혐의를 사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내내 모르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실소유주 의혹이 일고 있는 주식회사 다스의 각종 비리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리 사건 조사가 진행된 오전 수사 동안 ‘다스 및 강남 도곡동 땅에 대한 차명소유 의혹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9시 25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9시 25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은 횡령, 비자금 조성 등 다스 비리 문제와 공무원에게 다스 현안을 처리하도록 강요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다스 사무실이 있는 강남 영포빌딩 지하에서 외부 유출 금지 대상인 대통령기록물이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 서울중앙지검 10층의 1001호실엔 수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설치돼있다. 윤석열 지검장이 실시간 수사 지휘를 하느냐는 질문에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내용 체크 차원이기보다는 돌발상황이 생길 수가 있어 대비 차원에서 (CCTV 확인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스 실소유주 및 각종 경영 비리 사건 수사는 오전 10시 경 시작해 오후 5시 전후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식사 1시간을 제외하면 6시간 가량 조사를 이어간 셈이다.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검사를 대동해 다스 비리 사건 조사를 진행했다.

오후 5시20분 경부터는 송경호 특수2부장이 이 부부장검사와 함께 100억 원대 규모의 뇌물 수수 혐의 조사를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로 60억 원 수수 △국정원 자금 17억 원 수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으로부터 22억5천만원 수수 △대보그룹으로부터 5억원 수수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등 각종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전 진술 태도를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조사가 심야시간까지 계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불가피하게 조사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양해를 직접 구했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9시20분 경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9시30분 경 조사실이 위치한 10층에 도착해 특수1부장실에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조사를 전담할 송경호 특수2부장 및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10여 분 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은 녹차를 한 잔 하면서 검찰 측에 “주변 상황이나 편견 없이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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