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투’ 운동은 ‘갑질 성폭력’의 문제인가? 가해자로 지목된 개인의 문제인가, 특정 조직의 문제인가?

2. 한국의 ‘미투’는 할리우드 발 ‘미투’의 아류인가?

3. 진보진영에서 ‘미투’가 유독 사건화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미투’ 관련 보도를 하는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라고 밝힌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이나영 교수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투 운동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라, 진행되고 있는 운동에 대해 사회적 의미를 단언하기는 어려워 기자들에게 많이 받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위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질문 내용 중 3가지를 뽑아 정리했다.

1. ‘미투’ 운동은 ‘갑질 성폭력’의 문제인가? 가해자로 지목된 개인의 문제인가, 특정 조직의 문제인가?

이나영 교수는 언론이 ‘미투’ 보도를 하며 그저 한 개인의 ‘나쁜 손버릇’, ‘자제하지 못하는 성욕’, ‘개인의 비도덕적 행위’, ‘특수조직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성별 권력관계와 무관한 권력형 성폭력이란 개념은 애초에 성립 불가능하다”며 “성별 자체가 권력관계를 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설명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자체에 이미 권력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성별 자체에 권력이 있기 때문에, 중학교 남학생이 여성 교사를, 남성 환자가 여성 의사를 성희롱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계급적 차이(선배와 후배, 의사와 환자, 선생과 제자)를 뛰어넘는 것이 성에 의한 계급”이라고 말했다.

미국 페미니스트 이론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성에 의한 계급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견고한 계급-카스트제도’(책 ‘성의 변증법’, 1972)라고 말한 맥락과 같다.

이 교수는 “물론 성폭력은 기존의 성별 질서(남성, 여성 등)에 계급, 인종, 성적 정체성, 장애여부 등 다양한 차별구조와 교차해 더 심화되거나 약화된다”며 “하지만 성폭력은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투 운동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명선 이화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투 운동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장명선 이화여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진=정민경 기자
2. 한국의 ‘미투’는 할리우드 발 ‘미투’의 아류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나영 교수는 미투 운동의 원조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해 말한 故김학순 할머니를 언급했다.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1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성노예제의 실상을 폭로한 인물이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반세기 가까이 알려지지 않았던 성노예 실상이 전 세계에 드러났다.

이 교수는 “길게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부터 진행된 동등권 운동, 반식민지독립운동부터 짧게는 1980년대 반성폭력운동, 여성인권운동,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성폭력 필리버스터’ 등이 있다”며 “‘미투’는 어느 날 갑자기 돌출된 운동이 아니라 여성들의 역사 속에서 진행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미투’ 고백이 운동의 도화선이나 변곡점은 될 수 있으나, 미투 운동의 시작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故김학순씨는 일본군 성노예제도에 대해 최초로 폭로했다. 사진출처=미디어오늘 포스트.
▲ 故김학순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도에 대해 최초로 폭로했다. 사진출처=미디어오늘 포스트.
3. 진보진영에서 ‘미투’가 유독 사건화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3월6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미투 운동이 처음에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인 줄 알았는데 좌파에서만 나온다”며 “운동이 확산돼서 좌파들 더 많이 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14일 토론회에서 “미투 운동 관련해 한쪽에서는 진영적으로 문제 삼는 이야기를 한다”며 “이런 이야기를 자제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는 또 다른 여성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엄밀히 따져보면 자유한국당보다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미투’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나영 교수는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진보진영에 있었던 여성들은 남성 혁명가들이 지향하던 민주, 평등, 해방이라는 가치가 여성들에게는 적용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며 “공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여성을 보조적인 존재로 비하하고 배제하는 남성들의 태도에 격분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서구 여성운동에서도 진보진영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보수진영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고발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들은 진보적 가치 자체를 체화하고 실천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보수진영에는 성평등 감수성을 장착한 여성들이 애초에 진입하기 어려운 토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