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박 전 대변인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파문으로 지난 6일 선거운동을 중단한 후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불륜 의혹 제기에도 12일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당내와 충남 지역의 부정적 여론을 지방선거 과정에서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지난 6일에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 마음을 굳혔으나, 갑자기 나에게 제기된 악의적 의혹으로 상황의 변화가 생겼다”며 “더러운 의혹을 덮어쓴 채로 사퇴하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싸울 시간이 필요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관련된 분의 명예도 지켜드려야 했다”고 사퇴가 늦춰진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변인은 “오늘 당 최고위원회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는 나의 소명을 모두 수용했다”면서 “최고위의 수용으로 나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하고, 이제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민중의소리
▲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민중의소리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불륜 및 당직자 특혜 공천 의혹이 제기된 박 전 대변인의 충남지사 선거 예비 후보 자격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은 이 최고위 논의 결과에 대해 “박 전 대변인의 소명을 충분히 들었다”고 밝혔지만, 박 전 대변인에게 자진 사퇴할 시간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안희정 성폭행 파문 이후 박 전 대변인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남은 선거 기간 내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박 전 대변인이 이날 예비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긴 했지만, 최근까지 충남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같은 당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아산시장보다 앞섰으며 여성 당원들로부터도 공개적인 지지를 받은 상황이었다.

민주당 충남도당 여성위원회와 지역여성위원장 20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박수현 예비후보가 2014년 충남도당 위원장의 권력을 앞세워 내연녀를 공주시 기초의원 비례대표에 공천했다는 의혹은 거짓이며 어설픈 정치공작이자 유언비어”라며 “당시 도당위원장이었던 박수현이 김영미(공주시의원)를 특혜 공천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박 전 대변인 측에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민주당 내에선 박 전 대변인이 청와대 재직 시 권력형 부정청탁을 거절했다가 보복성 정치공작에 시달리게 된 것이라며 권력형 비리 조장 행위에 대해선 별도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불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원 오영환씨와 전처 등과 관련해 “청와대 대변인 재직 시 전 부인과 이혼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특혜를 주도록 강요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며 “이후 충남지사 예비선거에 등록하자 특혜를 요구했던 장본인들이 기획 조작된 기자회견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부정청탁 증거 문서까지 공개한 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이들은 이혼의 대가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시 토지 무상임대와 사업자금 대출 △강남구 대치동·성남구 분당의 주요소 매입자금 특혜 대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변인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이들은 내가 불륜을 벌여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며 “허위 날조 공표와 언론 기사화, SNS 확산, 기자회견 등 일련의 과정은 이들보다 그 배후에 저급하고 야비한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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