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시정 업무를 마치는 퇴임사를 발표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5시 성남시청에서 퇴임식을 열고 성남시정에 대한 자신의 철학, 갈등 경험 등을 털어놓았다.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로까지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시장에게 성남시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날개를 달아준 곳이다. 여타 퇴임사의 내용이 의례적인 감사 인사로 채워졌다면 이날 이 시장의 퇴임사가 조금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시장은 “지난 8년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시간이었고 시민들이 진정한 주권자라는 확신을 갖게 한 기쁨의 시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 시장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어느 것 하나 거저 이뤄진 것이 없었다. 준예산 사태도 겪고 수차례 예산과 조례가 부결되는 것은 다반사였다”고 밝혔다.

이 시장이 추진한 성남형교육 지원사업, 무상교복, 청년 배당 산후조리지원 사업 등은 오히려 중앙 정치권에서 논쟁이 붙으면서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시장과 시에 필요한 시책을 추진하며 반대와 발목잡기에 붙잡혀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수십 수백 번씩 갈등했다”고 토로했다.

이 시장은 “그냥 눈 질끈 감고 하지 말라는 것 하지 말고 적당히 누릴 것 누리면서 타협과 상생을 되뇌이기만 하면 시민은 피해 입을지언정 정치인 이재명은 성격 좋고 통 크고 원만한 정치인 될 수 있었다”면서 “제가 힘들고 적당히 타협하고 싶을 때마다 힘이 되어 준 것은 바로 시민 여러분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민의식이 뛰어나고 행동하는 성남의 주인들은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고, 월급받는 머슴의 역할을 다하도록 독려해 주셨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성남의 주권의 시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은 여러분이 보여주신 구체적인 증거 앞에 더욱 굳건해졌다”며 “성남에서 40년을 넘게 살아온 저도 이제 성남시민임이 자랑스럽고, 또 성남을 대표하는 시장이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도록 자랑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2004년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성남시립병원설립조례를 만들었지만 시 의회에서 부결되고 회의장에서 ‘난입’ 항의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배자가 됐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자서전에서도 당시 일을 통해 시민운동가로서 한계를 느꼈다며 “청원하고 감시하는 3자가 아니라 권한을 가지고 직접 시립병원을 만들어 공공의료의 전국적 모범을 보여주자”라고 썼다. 결국 이 시장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의료원 기공식에 참석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돼 자신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성남시 공무원을 향해서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모든 성과에 여러분의 땀이 배여 있고 끈기가 녹아있다는 사실 잊지 않겠다”면서 “마지막으로 당부드린다. 늘 말씀 드렸듯 여러분에게 주어진 권한은 시민들이 위임한 것이다. 언제나 그 소중한 권한을 나를 위해 남용하지 말고 시민들을 위해 공정하게 행사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 시장은 “(성남시는)저에게 믿음과 힘과 또다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줬다고도 말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시장은 “성남에서의 기적을 더 크게 펼치겠다”며 퇴임사를 마쳤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재명 시장이 전날 밤늦게까지 심사숙고해 직접 작성한 퇴임사”라고 전했다.

이 시장이 이날 퇴임사를 통해 공식 업무를 마무리하면서 오는 6월 30일까지 성남시는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앞서 지난 2일 이 시장은 경기도 지사 출마를 위해 성남시의회 의장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이 시장은 성남시에서 변호사를 개업해 시국 사건 등을 맡아 변론을 해왔고 성남참여연대에서 시민활동을 했다. 전직 성남시장의 특혜 분양 사건에 문제를 제기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2006년 성남시장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2008년 성남시 분당구갑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낙선했다. 이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출마해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첫 시정부터 성남시의 재정 문제를 정면 제기한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청년배당정책, 육아지원 사업 등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