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밝힌 이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치보복’을 암시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다른 정당들과는 달리 자유한국당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치보복’이 또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때 불행한 일을 맞았다는 점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았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대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고 전직이든, 현직이든 결코 예외일 수 없다”면서도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를 통한 면박주기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중요한 이유였고, 그것이 정치보복이라면 9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땅에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14일 오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4일 오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말하는 ‘이번 일’이 ‘정치보복’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전직 대통령으로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발언”이라며 “국민은 대통령의 부정부패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순간까지도 본인의 혐의에 대해 끝까지 반성과 사죄 없는 모습을 보인 것에 국민은 분노한다”며 “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이지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선 반드시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관련 당내 입장 정리가 주목됐던 바른미래당도 이날 논평에서 “이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며 억울함을 표명했지만, 이미 뇌물수수·배임· 횡령 등 온갖 혐의는 피할 길이 없다”면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철저히 조사해 한 점의 의혹도 남김없이 진상을 밝혀야 이를 반면교사 삼아 ‘역사에서 이런 일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뇌물 혐의 등 20여 개의 의혹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이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진솔한 반성도 사과도 없이 단지 정치보복을 암시하는 경고와 엄포를 놓은 것”이라며 “MB가 검찰 수사에서 모든 혐의를 사실대로 털어놓고 신속하게 재판을 받는 것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는 화난 국민께 그나마 사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 전 대통령의 ‘마지막’ 발언에 대해 “더는 권력형 비리는 없어야 한다는 것인지 정치보복이라는 것인지 매우 의뭉스러운 말”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끝까지 자신의 죄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태도”라며 “이 전 대통령이 오늘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국민이 10년을 숨죽이고 있었다. 검찰은 오늘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모든 죄를 밝히고 구속 수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