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00억 원대의 뇌물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면서 보복 프레임을 들고 나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 전략에 될 수 있으면 휘말리지 않겠다는 기류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청와대 아침회의에서 출석한다는 보고만 들었다.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다. 청와대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가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질 경우 논란만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이례적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 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 3월14일 오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3월14일 오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사에 대한 정권 개입 문제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고 표현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당시 청와대 안에서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이명박 정부(당시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또 국민과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장례를 치렀고,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과할 내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정부 입장과 이견을 나타내면서 갈등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갈등 조짐이 나타내면서 신경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검사의 사법 통제가 폐지되면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수사 오류에 대한 즉시 시정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제안하는 방안(검찰이 경제 금융과 같은 특별수사만 맡고 나머지 사건은 경찰이 맡는 방안)과 관련해 “현대 민주국가 중 법률로 검사의 수사를 금지,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또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독립기구로 둬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행정부 소속으로 남겨둬야 삼권분립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1월 권력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직접수사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무부 역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그런데 검찰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정부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표출한 것이어서 갈등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 문무일 총장이 반기를 드는 모양새여서 청와대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권력구조 개편안 발표 당시 청와대는 “상급 기관인 법무부가 (청와대의 개혁안을) 수용했다. 검찰청은 별도로 독자 의견을 낼 권한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는데 그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5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일시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견을 조정해 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와 검찰이 서로 합의해 무엇을 만들어 내거나 할 그럴 성격은 아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국회 입법 사항임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