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노 의자왕? 내가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천궁녀를...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따사남. 따뜻한 사비성의 남자입니다.” 개그맨 황제성이 의자왕 복장을 입고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역사적 편견을 바로잡는 ‘초필사기’의 한 대목이다.

“아빠가 딸에게 생리를 설명해본다면?” “왜 우리는 생리대만 쓰게 되었을까?” 생리를 소재로 토크를 나누는 ‘있던 이야기’의 회차별 주제다.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EBS도 모바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1월29일 EBS는 모바일브랜드 ‘MOMOe’를 런칭하고 페이스북·유튜브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사옥에서 만난 EBS 편성기획부 임철 PD는 “젊은 연령층이 TV에서 이탈하는 상황에서 ‘모바일 콘텐츠’는 EBS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시장에서 EBS 브랜드에 맞는 영역을 개척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EBS사옥에서 임철 PD를 만났다. 사진=EBS 제공.
▲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시 EBS사옥에서 임철 PD를 만났다. 사진=EBS 제공.

- 역사, 강아지 음식, 생리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교양’에 기반을 둔 콘텐츠가 채널의 정체성인가?

“현재 8개 종류의 시리즈를 오픈했다. 1020 세대가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EBS가 모바일로 옮겼다고 해서 방향성과 정체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지식채널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식채널e와 다큐프라임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모바일에서도 EBS가 어떤 콘텐츠를 내놓는 게 유의미한지 고민하면서 만들고 있다. 단순히 ‘핫’한 포맷, 주제가 있다고 맹목적으로 쫓아갈 수 없고 그래서는 성공할 수도 없다고 본다.”

- ‘개슐랭 가이드’는 EBS 콘텐츠인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출연자가 겹치고 콘셉트가 유사하다.

“방송사가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할 때 기존 방송의 자원과 지명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세상에 나쁜개는 없다’처럼 젊은 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콘텐츠라면 모바일에서 파생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SBS의 ‘모비딕’과 JTBC의 ‘룰루랄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비디오빌리지의 스튜디오V와 공동제작한 ‘있던 이야기’(생리를 소재로 한 인터뷰 콘텐츠)다. 우리는 직접 제작, 외주제작, 공동제작 세 가지 방식으로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있던 이야기’는 비디오빌리지와 함께 아이템, 포맷부터 함께 논의하면서 공동제작하다보니 애착도 있고 제작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다.”

▲ EBS와 비디오빌리지가 공동제작한 '있던 이야기' 화면 갈무리.
▲ EBS와 비디오빌리지가 공동제작한 '있던 이야기' 화면 갈무리.

- 조회수는 높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재밌는 사실은 동일한 콘텐츠를 유튜브 ‘스튜디오V’(비디오빌리지의 채널)와 우리 페이지에 모두 올렸는데 반응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스튜디오V에서는 12만~13만 조회수가 나오는데 우리는 1000정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못만든 게 아니다’라고 안도하면서도 갈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송하는 사람들이 이런 숫자에 익숙하지 않다. 시청률 1~2% 나와도 몇십만명은 보는데 조회수 1000이라니. 유튜브는 정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 공동제작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는?

“지난해 ‘콘텐츠의 미래’ 행사에서 사업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뿜뿜’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어떻게 저런 열정과 경쟁을 해야 하지’ 걱정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72초TV, 와이낫미디어, 셀레브, 비디오빌리지, 닷페이스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자들을 만나면서 공동제작을 논의했다. 가장 좋은 배움은 일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들은 모바일 시장에서 맨땅에서 시작해 업을 일군 사람들이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았다. 콘텐츠 제작 방식, 제작 루틴, 채널 운영 경험 등 전반적으로 말이다.”

- 제작 프로세스는 방송과 크게 다른가?

“모바일은 제작이 촘촘했다. 방송은 파일럿을 낸 후에 정규편성을 한다. 파일럿조차 내지 않고 정규편성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모바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최저가로 콘텐츠를 몇 개 만든 다음 피드백을 보고 바로 접거나, 반응이 오는 것 같으면 5~6편을 만들고 피드백에 따라 내용을 보완해 또 5~6편을 추가로 만든다. 제작비 압박 때문에 나온 시스템이겠지만 방송과 달리 이용자와 밀착하고, 단계적으로 키워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리도 ‘4 8 12 24’라는 수치를 만들어서 쓰려고 한다. 신규콘텐츠를 4편까지 만들고, 반응이 좋으면 8개, 12개, 24개 식으로 제작한다는 의미다.”

-모바일 콘텐츠 외주제작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최근에 외주제작사가 ‘우리도 공동제작 방식으로 바꾸고 싶다’고 제안을 해서 ‘좋다’고 답했다. 방송에서는 외주제작이 일반적이지만 모바일에서는 맞지 않는 거 같다. 방송에서 외주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방송사가 막강한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반면 모바일은 누구나 채널개설이 가능하다보니 외주제작 방식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 그것도 하나 배운 거다. 맨날 배우고 다닌다.”

▲ MOMOe의 '개슐랭 가이드' 화면 갈무리.
▲ MOMOe의 '개슐랭 가이드' 화면 갈무리.

- 모바일 콘텐츠를 TV에 편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EBS도 이 같은 전략을 쓸 계획인가?

“열려있다. 방송에 올려도 좋겠다고 판단되는 콘텐츠가 있으면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벌써부터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TV는 ‘브로드캐스팅’인 반면 모바일은 ‘내로우캐스팅’이다. ‘엣지’있게 치고 가는 콘텐츠가 성공 가능성이 있고 기획 때부터 이를 고민해야 한다. 방송도 감안해 콘텐츠를 만들면 또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선은 모바일만 생각하려고 한다.”

- ‘인터랙티브e’라는 브랜드도 런칭했다. 신문사의 인터랙티브 기사와 유사한 포맷 같다.

“‘MOMOe’가 모바일 영상이라면 ‘인터랙티브e’의 메인은 웹이다. 웹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작했다. 우선은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이나 조인스닷컴의 인터랙티브 기사를 참고했다. 이건 하나의 형태고 웹에 특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두 개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고 3월 중에 오픈할 것이다. ‘충’과 같은 요즘 용어에 대한 설명을 담은 ‘개념어사전’과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웹콘텐츠다.”

- 모바일 전략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TV에서 EBS의 영역을 찾은 것처럼 온라인 공간에서도 EBS의 영역과 가치를 만들어내 사랑받는 것이다. 최근 협업을 하면서 모바일 시장이 ‘수익성’이라는 장벽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 EBS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나 수익모델을 개척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생태계에 순기능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정답을 모르겠다.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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