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만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 기구가 있다. 포털 제휴 언론사를 심사하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다. 뉴스제휴평가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3기 출범 소식을 전하며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위의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제는 ‘논란이 되는 심사’ 그 자체가 아닌 평가위 ‘구조’에 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는 2015년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포털 뉴스제휴심사의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겠다”면서 만들어졌다. 외부 독립기구에 권한을 넘기면서 포털은 ‘제휴심사 불공정’ 논란에서 자유로워졌지만 평가위가 주도한 심사에는 논란이 이어졌다.

평가위는 공정한 심사를 하기 힘든 구조다. 일각에서는 뉴스타파 합격 취소, 민중의소리 퇴출 등 평가위가 ‘조중동’만 지키고 ‘진보언론’에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보다는 ‘힘이 약한 언론’에 상대적으로 가혹한 현실이다.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 경기도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그동안 평가위의 쟁점 사안은 다음과 같다.

1. 2016년 11월 평가위 내에서 업계 추천 위원들을 중심으로 기존에 입점된 매체에 대해 ‘퇴출 심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시민사회 추천 위원들이 ‘성명서’를 쓰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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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7년 8월 30명의 위원 중 5명이 불참한 회의에서 강력한 기존 입점매체 재평가 방안이 1표 차이로 통과됐다. 포털에는 언론사가 전재료를 받는 콘텐츠제휴와 검색에만 노출되는 검색제휴 등이 있는데 이날 통과된 방안은 콘텐츠제휴 매체가 재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되면 검색제휴로 강등되는 게 아니라 바로 퇴출되는 내용이다. 평가위 참여단체인 한국신문협회는 산하기구 명의의 성명, 신문협회보를 통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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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선일보를 비롯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는 종이신문에 돈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에 ‘애드버토리얼’이라고 명시하면서도 포털에는 ‘기사’로 내보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평가위는 지난해 11월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직접 제재하지 않겠다”는 안건이 다수결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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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국 강력한 ‘재평가’ 조항은 지난 2월 다시 개정됐다. 제휴매체가 재평가 결과 합격점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한번에 퇴출되는 기존 방안에서 점수에 맞는 제휴등급으로 강등되는 안으로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콘텐츠 제휴’매체가 합격점수에 미달되더라도 ‘검색제휴’매체급의 점수를 받으면 기존에는 ‘퇴출’됐으나 개정된 방안을 적용하면 ‘검색제휴’로 강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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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평가위는 ‘기존 매체에게 유리한 안’과 ‘불리한 안’ 두 가지가 지속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학계 등 ‘중립지대’가 있어 항상 한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건 아니지만 ‘업계에 유리한 안’을 내는 위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민중의소리 같은 언론사는 ‘어뷰징’ 등을 이유로 퇴출하면서도 ‘애드버토리얼’ ‘재평가’ 등 대형매체와 연관된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은 ‘강한 매체’에게 더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평가위의 심사가 공정하기 힘들다는 의문은 설립 과정에서부터 제기됐다. 평가위 준비위원회 소속 단체 8곳 가운데 5곳이 언론사 이익단체이기 때문이다. 조중동 등 일간지가 소속된 한국신문협회와 이들 일간지의 ‘닷컴사’가 소속된 한국온라인신문협회를 비롯해 인터넷매체들이 소속된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케이블), 한국방송협회(지상파) 등이 참여했다. 이후 평가위는 최초 참여 8개 단체에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인단체와 전문가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8곳을 추가한 15개 단체로 출범했으나 여전히 업계 이해관계자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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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해소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우선, 언론사 이익단체가 빠지거나 시민사회 등 다른 단체가 추가로 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015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 준비위원회 기자회견 당시 심재철 준비위원장은 “공개형이고 오픈되어 있다. 다른 단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평가위는 지금까지 3년 동안 단 하나의 단체도 추가로 들어오거나 빠지지 않았다. 평가위를 만든 건 네이버와 다음이지만 양사 모두 “참여단체를 정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 평가위는 최초 참여단체 8곳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고 여기서 단체의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운영위’ 소속사 다수는 언론사 이익단체로 시민사회의 참여를 반길 리 없고, 소속 단체를 늘리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줄일 ‘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 2기 때 한 단체가 포털 평가위에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운영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참여단체지만 ‘운영위’와 ‘일반참여단체’로 나뉜 상황에서 운영위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평가위 관계자에 따르면 콘텐츠 제휴사인 코리아타임스 퇴출 직후 운영위에서 반발이 있었다. 최근에는 운영위에서 언론사 경력 등을 골자로하는 ‘심의위원 자격요건’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참여단체를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운영위 체제’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물론, 평가위 도입 이후 언론사 퇴출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과 진입장벽이 낮아진 점 등은 긍정적인 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평가위가 일을 잘했는지, 잘 못했는지조차 지금껏 공개적인 자리에서 논의할 수 없었다는 점은 현재의 구조가 갖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난다. 포털 평가위는 3기까지 출범했지만 1기 설립 때를 제외하고 단 한번도 공청회나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소통이 없었다. 다른 포털 공론기구와 달리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13일 3기 포털 평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필요한 건 그동안의 제휴평가를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독점적 구조’를 깨는 ‘진짜’ 노력이다. 네이버와 다음도 “독립기구 만들었으니 우리 관할 아니다”라며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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