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최대 권력이 삼성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 미디어의 최대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 저자는 이건희로 대표되는 삼성 오너 일가라고 단언한다. 삼성은 한국 최대의 미디어 집단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은 광고, 협찬 등으로 한국 언론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미디어 통제력은 이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나온다. 삼성의 미디어 권력은 근본적으로 미디어를 둘러싼 제도 장악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일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삼성의 성장史, 삼성의 미디어 진출 역사, 이병철의 제국 통치 방식, 삼성家와 한국 파워 엘리트, 이건희의 범 삼성家 확장, 삼성 미디어 제국, 미디어 소유 구조와 이사회, 한국 미디어 (신문, 유료방송, 광고, 영화) 시장 구조와 삼성의 미디어 검열 영향력 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삼성 권력은 자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국 미디어의 구조 장악에서 나온다.

한국 사회에 대한 삼성의 지배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경제력에 대한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배력의 뿌리가 되는 미디어 통제력을 정밀 분석할 때 비로소 그 실체가 분명해진다.

이에 저자는 미디어오늘·자유언론실천재단과 함께 한국 미디어 통제 체제와 나아가 한국 사회 지배 체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삼성의 한국 미디어 통제에 대한 심층 연구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목차는 다음과 같다.

(01) 왜 삼성미디어 정치경제학인가
(02) 삼성 제국과 내부 통제 라인
(03) 이병철과 그의 자녀들 그리고 한국 파워 엘리트
(04) 한국 매스컴 속의 삼성 미디어史
(05) 금융 자유화와 이건희의 범 삼성계
(06) 누가 한국 신문 시장을 지배하는가
(07) 누가 한국 광고 시장을 통제하는가
(08) 누가 한국 영화 시장을 지배하는가
(09) 누가 한국 유료 방송 시장을 통제하는가
(10) 삼성 그룹의 미디어 소유 구조와 이사회
(11) CJ 그룹의 미디어 소유 구조와 이사회
(12) 중앙일보 그룹의 소유 구조와 이사회
(13)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과 2005년 X-파일
(14) 범 삼성가의 미디어 검열 방식
(15) 누가 미디어 자유화의 최대 수혜자인가
(16) 삼성 없는 한국 미디어를 위하여



이건희는 지난 1990년대 금융 기법을 활용해 이병철의 삼성그룹을 6개의 범 삼성그룹으로 나눴다. 이들 그룹 중 삼성, CJ 그리고 중앙일보가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은 디지털 미디어(삼성물산과 삼성SDS)와 광고(제일기획)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신문 등 인쇄매체(중앙일보)와 방송 등 영상매체(JTBC·메가박스)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다. CJ는 케이블(tvN)과 영화(CGV) 등의 영상 분야와 함께 온라인 게임(넷마블) 등에서 한국 최정상 기업이다. 즉, 삼성과 CJ 그리고 중앙일보는 한국인들의 여론과 소비 문화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 복합 기업이다.

미디어 복합 기업(Media Conglomerates)은 중앙집권적 지배구조를 갖고 두 분야 이상에서 미디어 사업을 벌이는 대기업을 말한다(Kunz, 2007). 미디어 복합기업은 정부의 미디어 규제완화와 공기업 사영화 조치 이후 등장한 기업의 형태이다. 미국의 GE-NBC, Disney-ABC, CBS-Viacom, News Corporation, Sony 등이 대표적인 문화 재벌들이다. 이들은 1990년대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콘텐츠의 흐름을 통제하는 시장의 절대 권력들이다.

하지만 이들 앵글로색슨 자본의 복합 미디어 기업들은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들은 세계 10대 미디어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한국 복합 미디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외국계 문화기업들은 토착기업들과의 지배구조 공유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영업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는 경제적 소유구조와 이사회 구성 그리고 기업의 사업 전략과 자원 배분 등을 보여준다(Murdock, 1982). 이는 지배구조를 분석하면 ‘누가 그 기업을 통제하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삼성과 CJ, 중앙일보의 지배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이들 3개 기업의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분석할 것이다. 분석 시기는 1999년 이후부터다. 왜냐하면 재벌 기업에 관한 정보가 그때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1998년 개정했다. 개정된 법은 재벌 계열사나 재벌 오너 일가가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해선 모두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에 그 내용을 기재토록 명시했다.

삼성물산, 디지털 한국 기획자 & 투자자

2015년 삼성물산은 지난 1948년 삼성물산과 다르다. 이름만 같고 하던 사업이나 그룹 내 위상이 다르다는 의미다. 2018년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1948년 삼성물산은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구인회 LG 창업주와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함께 설립한 무역회사다. 그 후 도소매업과 1970년 후반 건설업을 추가했다. 1948년 삼성물산은 그룹 자본의 모토가 된 기업이다. 또 다른 삼성 자본의 모태가 된 기업은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과 1954년 제일모직이다. 이들 세 회사 중 제일제당은 지난 1997년 이건희 회장의 조카인 이재현에게 넘겼다. 나머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통합됐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이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됐다. 이 회사가 그룹 내 피라미드 지배 구조상 정상에 있기 때문이다.

▲ 1950년대 삼성물산공사 시절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사진=삼성
▲ 1950년대 삼성물산공사 시절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사진=삼성
이를 이해하기 위해 삼성 역사와 지배구조 변동을 함께 분석해야만 알 수 있다. 2015년 삼성물산은 여섯 번의 개명 작업을 거쳤다. 1963년 삼성그룹의 부동산 업무를 위해 설립됐던 동화부동산이 최초의 이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부동산을 통해 재를 증식시켰던 이병철은 동화부동산의 이름을 동화진흥과 중앙개발로 두 번 개명했다. 1970년 중반 가축분뇨 무단 방료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기업이 중앙개발이다(이시가와 요이찌, 1988). 삼성그룹을 승계한 이건희는 이 기업을 삼성에버랜드로 개명했다. 그 과정에서 최대 주주를 그의 처남인 홍석현에서 그의 외아들 이재용으로 교체했다. 2013년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사인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인계받고, 2014년 제일모직으로 개명한 다음,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이는 전형적인 우회상장 수법이다. 비상장기업이 증권거래소의 까다로운 심사를 피하기 위해 상장기업을 인수한 다음, 재상장 절차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뒤 제일모직은 또 다른 삼성 모태자본인 삼성물산을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 가격 산정을 놓고 많은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상장사인 삼성물산 주식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산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삼성물산 합병자금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 표1) 회사 개명 내역
▲ 표1) 회사 개명 내역
사실, 이재용이 삼성물산(구 삼성에버랜드) 대주주로 공식적으로 등극한 것은 1999년 이후다. 1999년 이재용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지분 25.1%를 확보함으로써 1대 주주가 됐다. 2대 주주는 그룹 내 중핵기업인 삼성카드(14.0%)와 삼성캐피탈(11.6%)이다. 5%이상 대주주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그룹 내 중핵기업들도 모두 주주 명단에 포함돼 있다. 삼성캐피탈은 2004년 삼성카드에 합병됨으로써 삼성카드가 26.64% 지분을 확보해 이재용을 누르고 1대 주주가 된다. 삼성카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삼성카드 지분은 5%까지 줄어든다. 삼성카드의 지분이 줄어 듬과 동시에 이재용이 다시 1대 주주로 등극한다.

▲ 표2) 5%이상 대주주와 기타 소유구조 변화
▲ 표2) 5%이상 대주주와 기타 소유구조 변화
이재용 재등극과 함께 눈에 띄는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2대 주주로 2012년부터 현대가의 KCC 그룹(17%)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현대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이 창업한 KCC는 건축자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재벌그룹이다. 다른 가문의 자본을 5년 이상 지주회사에 등재한 것은 재벌역사에서 흔한 경우는 아니다. 두 번째 눈에 띄는 대목은 2015년부터 국민연금이 5%이상 대주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씨 일가와 삼성 중핵기업의 5%이상 지분의 총합이 1999년 75.9%에서 2016년 42.79%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이씨 일가의 자금력이 지주회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함을 의미한다. 만약 이씨 일가가 삼성그룹 내에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면, 삼성그룹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을지 회의가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몇 가지 특이한 사항을 추론할 수 있다. 첫 번째 추론의 대상은 제일모직이다. 삼성 모태 자본의 하나인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4%를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갖고 있었다. 이는 2013년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두 번째 추론은 CJ과 삼성과의 연계 고리이다. CJ 이재현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2003년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CJ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와 케이블, 인터넷 게임 기업들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CJ는 오락산업 분야에서 강자가 된다. 이는 CJ 미디어 사업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증명하겠다. 세 번째 추론 대상은 이유정과 조운해이다. 범 삼성계에 포함되는 신세계 그룹의 이명희(이건희 막내 여동생)의 딸인 이유정과 한솔그룹의 이인희(이건희의 큰 누나)의 남편인 조운해가 삼성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비록 적은 지분이지만 가문의 일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삼성 지주회사는 기업공개가 이뤄진 2014년 전까지 소수의 이씨 가족과 이들이 통제할 수 있는 기업만 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삼성전자조차도 이 기업의 지분을 오랫동안 갖고 있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외국인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삼성물산은 소수의 이씨 가족만 소유권을 갖는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이다.

▲ 표3) 미디어 관련 타 법인 주요 출자
▲ 표3) 미디어 관련 타 법인 주요 출자
삼성물산은 더욱이 이재용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1999년 이후 한국 디지털 미디어의 재정적 후원자였다. 삼성물산(구 삼성에버랜드)은 2000년 e-삼성 프로젝트 이외에도 인터넷 금융과 보험 그리고 정보보안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했다. 이들 기업들은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업체이거나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투자금은 삼성물산 지분뿐만 아니라 삼성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면상으로 이재용이 e-삼성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실패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론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은 삼성그룹의 시스템 통합사업을 하는 삼성SDS 영업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매출 확대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몇개 기업들의 사업영역과 소유구조를 살펴보자. ‘올앳’ (현, 케이지올앳)은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금융 거래 시 ActiveX를 쓰는 지급 결제 대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다. 주요 주주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삼성카드, 삼성물산, NHN(네이버) 등이다. 현재까지 지분 변동이 없다. 이들 3개 대주주들은 한국 온라인 금융상거래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거래를 할 때마다 올앳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자신들의 디지털기기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큐아이 닷컴’은 정보 보안 프로그램 개발과 온라인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업체다. 주요 협력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MS)다. 2000년 설립 당시 최대주주는 에스원(53.62%)이며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삼성SDS(4.47%)등이 주주였다. 2015년 삼성SDS가 에스원 지분을 인수해서 1대 주주가 됐다. ‘엠포스’는 인터넷 광고 기법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한국 광고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2010년 이후 급성장했다. 이처럼 성공한 디지털 투자와 달리 실패한 기업도 있다. ‘가치네트’는 인터넷 뱅킹과 온라인 보험회사다. 이 기업의 소유지분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이재용이 최대 주주였다. 2000년 지분을 살펴보면 이재용(52.4%), 삼성에버랜드(19.1%), 삼성SDS(9.5%), 이학수(4.8%)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4.8%) 등이다. 2010년까지 지분 변동은 있지만 이재용이 최대주주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치네트는 2014년 청산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근 모습. ⓒ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근 모습. ⓒ 연합뉴스
특히 이재용이 투자한 이들 기업 중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도 있다. ‘크레듀’(현재 멀티캠퍼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는 인터넷 사이버 위탁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체로 2006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2000년 주요 주주는 e-삼성(48.32%), 삼성경제연구소(14.50%), 삼성네트워크(9.66%) 등으로 모두 이재용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재용이 디지털 투자 사업을 포기해 실패한 듯 보였지만 삼성 계열사들이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2년 크레듀는 이재용이 최대주주로 있는 가치네트의 교육사업을 인수해 사이버 위탁 교육 서비스 사업을 확대했다. 또한 삼성 이데올로기를 생산 유포하는 삼성 지식정치 사령부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이 기업의 대주주이다. 디지털 지식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기업이 하나로 결합된 사례이다.

▲ 표4) 멀티캠퍼스 (구, 크레듀) 대주주 변화
▲ 표4) 멀티캠퍼스 (구, 크레듀) 대주주 변화
이처럼 이재용의 e-삼성 프로젝트가 실패한 듯 보이지만 삼성의 디지털 미디어 권력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삼성물산의 이사회 구성을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임기임원들은 다른 기업에서 오거나 다른 기관에서 온 사람은 없다. 등기임원들은 모두 삼성 구조본이나 삼성 계열사 임원 출신이다. 이미 이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과 능력을 검증 받은 사람들이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등기임원은 13명에서 5명까지 숫자가 유동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등기임원이었다. 삼성 구조본부를 책임지고 있던 이학수는 1999년 등기임원이었다. 그 이후 삼성 구조본 재무통인 최광해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감사로 등록했다.

외부 임원이 등재되기 시작한 것은 제일모직과 합병되기 1년 전인 2013년부터다. 사외이사들의 출신은 재벌 기업(KCC) 이사출신, 경제학 또는 건축학 등 교수들,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다. 이들이 삼성물산의 2014년과 2015년 합병 건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경우는 없다고 파악되고 있다.

삼성SDS, 디지털 한국 건설자

삼성SDS는 1985년 그룹 내 컴퓨터 임대 등을 목적을 하는 정보시스템 업무을 위해 설립됐다. 그 이후 삼성생명 전산시설을 구축하는 등 정보통합서비스(System Integration=SI) 업체로 성장했다. 삼성SDS는 1997년 마이크로스프트(MS)사와 전력적 협력관계 확대를 통해 사이버 코리아를 건설하는데 앞장섰다. 건설업체에서 원청이 있고 그 아래에 하청 기업들이 있듯이 삼성SDS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이버 건설 업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삼성SDS가 도로공사로부터 하이패스 설치 공사를 따 오면 이 기업은 이를 다른 기업에 하청을 준다는 의미이다. 2000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 기업은 한국 최대 SI업체다. 이 기업의 주요 고객들은 정부 (국세청, 인천공항, 검찰청, 국가교육센터), 금융(산업은행, 농협), 대학(명지대) 등이다. 주요 공공시설의 인터넷 통합 서비스 사업을 가장 많이 수주한다.

이 기업의 1대 주주는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가 디지털 기기를 만든다면, 그 디지털 기기를 가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 바로 삼성SDS다. 그 다음 주주는 삼성물산와 삼성전기 등 중핵 기업들이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이재용과 이부진 그리고 이서현이다. 실은 삼성에스디에스는 그룹 승계 문제와 연계돼 있었다. 삼성은 1999년 삼성물산 (구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용했던 금융기법을 이곳에서도 똑같이 사용했다.

▲ 2013년 5월3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이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 2013년 5월3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이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 연합뉴스
신규 전환사채 발행과 유통 과정을 통제하면서 이재용과 그의 여동생(이부진, 이서현, 이윤형) 지분을 늘려줬다. 그 행위는 불법이었다. 삼성 구조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이학수와 이인주가 주도했다. 재무 전문가인 이 두 사람은 2008년까지 삼성SDS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그 이후 이들의 지분은 보이지 않는다.

▲ 표5) 삼성 SDS 주요 주주 변동사항
▲ 표5) 삼성 SDS 주요 주주 변동사항
삼성SDS는 삼성물산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다. 1999년 인터넷 백신을 만드는 안철수연구소(23.0%)도 이 기업의 투자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포탈 사이트인 네이버(18.4%)도 마찬가지로 삼성 돈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최초 기업간 거래(B2B) 프래그램을 개발하는 일렉트로피아에도 투자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웹사이트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디자인스톰과 정보시스템 운영 회사인 시스게이트 모두 삼성SDS 사내 벤처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은 네이버도 마찬가지로 삼성의 사내 벤처였다. 2004년에는 동아닷컴 지분을 19.90% 갖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구 삼성에버랜드)과 함께 정보 보안업체인 시큐아이닷컴과 사이버 위탁 교육서비스인 크레듀(현 멀티캠퍼스), 가치네트에 공동 투자했다.

▲ 표6) 삼성 SDS 투자 기업
▲ 표6) 삼성 SDS 투자 기업
삼성SDS 임직원 구성도 삼성물산과 유사하다. 등기임원 숫자는 6~7명 순이다. 기업을 공개하기 전인 2013년까지 삼성그룹 출신의 임원들이 등기 이사이다. 이 기업이 삼성 상속문제와 연관돼 있어 최광해 등 삼성 구조본부 재무팀장이 감사로 등재돼 있기도 한다. 2014년 기업 공개이후 사외이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사외이사 출신은 변호사, 경영학과와 공대 교수들, 그리고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제일기획(Cheil), 삼성 미디어 자금 집행자

삼성그룹은 1970년대까지 설탕과 밀가루 등 소비제품 판매를 통해 삼성 자본을 축적했다. 그래서 다른 재벌들에 비해 일찍 광고업에 진출한 것으로 추론된다. 광고의 본래 목표는 소비자 수요 관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벌 그룹 중 최초로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을 1973년 설립했다. 삼성물산이 6번의 개명을 통해 불법성의 이미지 세탁을 한 것과 반대로 제일기획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제일기획이란 이름을 2008년에 영문으로 ‘Cheil’로 바꿨을 뿐이다.

▲ 제일기획 사옥. 사진=제일기획 Blog
▲ 제일기획 사옥. 사진=제일기획 Blog
삼성 역사를 살펴보면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창업주 이병철의 엘리트 의식과 연관된 것으로 추론된다. 삼성 계열사중 많이 쓰는 글자가 ‘제일○○’이다. 제일제당, 제일기획, 제일모직 등이 그 사례이다. 삼성그룹의 사훈 중 하나가 ‘인재제일’이다. 그 다음에 쓰는 글자가 ‘중앙○○’이다. 중앙일보, 중앙개발(구 삼성에버랜드) 등이다. 삼성이란 이름도 3개의 별이란 뜻이다. 3이란 숫자는 동양학에서 ‘천·지·인’을 의미한다. 완전함이란 뜻이다. 삼성그룹 광고 카피 중에도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란 글귀도 이런 삼성의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글귀이다. 즉 ‘제일’, ‘삼성’, ‘중앙’이란 글귀는 모두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이미지들이다. 이런 그룹 이미지를 만들고 삼성 제품을 광고하는 곳이 제일기획이다.

제일기획은 삼성관련 미디어 업무를 총괄했다. 이 기업은 1970년대에는 광고에 집중했고 1980년대에는 비디오 프로덕션 등 영상 제작분야까지 진출했으며 1990년대는 케이블 방송사업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이병철의 삼성그룹이 이건희 삼성그룹으로 재조직된 2000년대 이후부터는 광고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2000년대 삼성전자의 해외 사업 확대와 맞물려 스포츠를 통한 광고 후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제일기획은 2010년 전후로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각국의 광고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세계 20권내의 광고대행사로 성장했다. 실제 2016년 제일기획 매출의 60%이상은 해외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국 기업 광고 대행을 통해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 계열사의 해외 광고를 대행하면서 발생한 수익들이다.

▲ 표7) 제일기획 주요 사건
▲ 표7) 제일기획 주요 사건
제일기획의 매출을 분석하기 위해선 누가 광고주인지를 파악하면 된다. 주요 광고주들은 대부분 삼성전자, 삼성테스크, 제일모직 등 계열사들이다. 다른 큰 광고주들은 CJ홈쇼핑, 동서식품, NHN(네이버) 등으로 삼성 계열사였거나 삼성 그룹과 연관된 사람이 설립한 회사들이다. 다른 광고주는 KTF와 신한은행 등이다.

제일기획은 삼성물산과 삼성SDS와 달리 삼성 오너일가가 직접적으로 소유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삼성그룹의 중핵기업들이 대주주이다. 이재용이 1999년 제일기획이 주식시장에 상장될 당시 29.75%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연말에 모두 팔아치웠다. 이는 제일기획도 삼성SDS와 삼성물산처럼 삼성그룹 승계 작업에 이용됐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주 구조본부 책임자가 1998년 모두 등기이사로 등록했다. 이재용이 주식을 모두 처분 한 후 이 두 사람은 이사명부에서 빠졌다. 이를 통해 제일기획도 삼성 승계 작업에 활용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 표8)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주식 소유
▲ 표8)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주식 소유
제일기획이 삼성 승계 작업과 연관됐다고 추론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타법인 출자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일기획은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투자하고 있는 크레듀(현 멀티캠퍼스), 배틀탑, 오픈타이드 코리아, 에스코어 등의 회사들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또한 인터넷 광고업체인 하이퍼네트 코리아와 텔레마케팅 회사인 MPC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 표9) 주요 타법인 출자현황
▲ 표9) 주요 타법인 출자현황
마지막으로 제일기획 임원들의 특징을 살펴보자. 삼성물산과 삼성SDS가 2014년 상장된 것과 달리 제일기획은 1998년 주식 시장에 개방됐다. 이사회 명부에 등재된 이사들 숫자는 1998년 11명(사내 8명+사외 3명)에서 2002년 9명(사내 5명+사외 4명), 2016년 7명(사내 4명+사외 3명) 등으로 유동적이다. 사내에서 임명된 이사들은 모두 삼성 계열사 임원 출신이거나 제일기획에서 근무한 삼성맨들이다. 사외이사들은 모두 한국 파워엘리트로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대학교수, 사법고시를 통과한 검사장 출신, 회계사 시험을 통과한 회계법인 대표, 국회사무처 수석 전문위원 출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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