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의 대통령 개헌 자문안을 보고받고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개헌안을)자문해달라고 지시한 것은 개헌안을 대통령이 발의하겠다고 전제한 것”이라며 “국회 합의를 존중하지만 합의에 실패한다면 늦지 않게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남아있지만 국회 심의 기간 등 물리적인 처리 시간을 역산했을 때 오는 21일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자문특위의 보고를 받고 “저는 오늘 이 개헌 자문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고 생각한다. 본문들은 다 준비가 돼 있는데 부칙이 없다”고 말했다.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를 가정해 적용할 시행 시기를 규정하는 부칙안을 마련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문 대통령의 부칙 마련 지시 사항은 그만큼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얘기와 같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정부 행태에 대해서도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정당제도에 대한 불신들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중부제의 경우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1차 연임제)를 도입한 개헌안을 이번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켜야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의 시기를 맞출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예를 들면 지금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만약에 채택이 된다면 지금 대통령하고 지방정부하고 임기가 거의 비슷해지기 때문에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정부의 임기를 약간만 조정해서 맞춘다면, 그러면 차기 대선부터는 대통령과 지방정부의 임기를 함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대통령 임기기간 중에 3번의 전국선거를 치르게 되고, 그 3번의 전국선거가 주는 국력의 낭비라는 것이 굉장한데 개헌을 하면 그 선거를 2번으로 줄이게 되고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식의 선거체제랄까, 정치체제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주기를 일치시켜서 정치체제를 정비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다행히 이번에 개헌이 된다면 4년 중임제(1차 연임제)가 되면 이번 대통령은 해당이 안 되지만 다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일에 큰 차이가 안 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면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대통령 임기와 지방정부의 임기를 조정해 앞으로 동시에 선거를 치룰 수 있고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중간에 치르는 형태가 되면서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초청 오찬에서 정해구 위원장(오른쪽)으로부터 국민헌법자문특위 자문안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문 대통령은 선거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긴 개헌 자문안을 소개하면서 “지금 개헌을 해둬야 다음 총선 때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비례성에 보다 더 부합되는 선거제도를 만들자고 그렇게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요구들을 했는데, 그러면서 지금 시기의 개헌에 대해 소극적이라면 어느 세월에 헌법적 근거를 갖추어서 비례성에 부합되는 선거제도를 마련하느냐”고 반문했다. 결선투표제 역시 이번 개헌을 통해 마련해야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 때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개헌 자문안 ‘부칙’에 이 같은 제도의 시행시기를 명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확인된만큼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 발의권 사용을 가정해 로드맵을 짤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60일 이내 국회 심의 기간을 두도록 돼 있다. 이어 국회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개헌안이 통과되면 국민투표를 한다는 공고 내용을 18일 이상 하도록 돼 있다. 최소 80일이라는 시간을 법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타임라인을 역산하면 오는 3월 20일과 21일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일이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정말로 21일 발의한 것인가는 대통령 결단에 달려 있다”며 “그 결단의 근거는 국회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실상 오는 21일 대통령 개헌 발의권을 사용하겠다며 국회에 공을 돌린 것이다. 국회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을 시한을 못 박고 사용할테니 답을 달라는 압박인 셈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시한이 있다”며 국회 합의로 의결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개헌안 공고일과 국민투표 공고기간을 고려하면 4월 28일까지 국회발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3월 21일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한달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합의만 한다면 최종 개헌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4월 28일까지 합의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국회를 존중한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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