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입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재보궐선거 지역인 송파을에 전략공천 대상자로 뽑혀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송파을이 언론인 출신 후보자들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바른미래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종진 전 앵커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자유한국당 입당 소식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만약 언론인 출신 후보자를 낼 경우 3파전이 되면서 언론자유 및 보도 공정성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배현진 전 앵커는 공영방송 MBC의 불공정 보도 상징이 돼왔던 인물로 통하는데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배 전 앵커를 언론 자유의 수호자로 치켜세우고 있어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 박종진 전 앵커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 대항마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우선, 배 전 아나운서에 맞서 자신이 전략공천 대상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배 전 아나운서와의 양자 구도를 내세워 경쟁력을 높이면 당선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배 전 아나운서 대항마로 언론인 출신 후보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한미FTA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가 송파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재성 전 의원도 유력한 출마 예정자다. 그런데 송파을 지역 구도가 언론인 출신 후보자들 싸움으로 흐르면 민주당 역시 언론인 출신 후보를 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이름도 거론된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몸을 옮긴 한정원 SBS 기자와 KBS 출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다.

한정원 기자는 지난해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를 출입처로 두고 기사를 쓰다 지난해 6월부터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맡고 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인재 1호’로 영입한 인물이다. 고 대변인은 당시 KBS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문재인 캠프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안에서는 MBC 기자 출신인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확정 받아 송파을이 공석이 됐다는 점, 타당 후보들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 등 향후 선거에서 언론 문제가 쟁점이 되고 이에 발맞춰 상징적인 후보를 내놓지 않을 경우 구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앵커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민주당 후보로 언론인 출신들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 같은 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홍준표 대표는 연일 언론의 불공정 보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권의 언론장악 프레임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 대표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를 영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탈취 정책에 대해 이 두 분(배현진 전 아나운서, 길환영 전 KBS 사장)들을 통해서 국민적 심판을 받아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언론 문제를 재보궐선거 전략의 핵심메시지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언론인 출신 후보자가 나오면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인지도가 높은 언론인 출신 출마 자체로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여권의 언론인 출신 후보자와의 대결 역시 화제를 낳으면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에서 거론되고 있는 언론인 출신 당사자들은 하지만 출마 가능성조차 없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대변인직 사퇴를 위한 절차 진행 문제, 민주당과 협의 여부 등 미디어오늘 질의에 “(부대변인 사퇴나 출마)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12일 출마를 선언한 송기호 변호사(더불어민주당)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시민이 만들어준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질서를 어떻게 유능하게 채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촛불 정신이 만든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켜야 하고, 유능한 정당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통상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전문적 역량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언론인 출신 후보자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지역은 오랫동안 보수 여당(구야권)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외부에서 왔다 떠나신 분들이 많았다”며 “반면 저는 이 지역에서 시민 안에서 성장해왔다. 송파가 합리적인 중산층의 대표적인 지역인데,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하고 공유하고 있다. 방송 공정성 문제는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다. 그야말로 중요한 민주주의 핵심적인 요소다. 좀 더 유능한 여당, 좀 더 전문가로서 내용을 가지고 있는 리더십을 대표자로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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