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 기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투(MeToo) 고발이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 보도는 전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허위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와 사과가 없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처를 다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피해 사실을 주장한 A씨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프레시안 보도에 대한 심경을 밝히며 “프레시안은 지난 7일 내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 1시간 반 전에 내가 성추행했다고 보도한 후, 내가 기사 내용을 반박하자 세 차례에 걸쳐 스스로 (기사를) 부정했다”며 “(처음엔) 내가 호텔 룸에서 성추행했다고 속이더니 레스토랑에서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자신들의 기사가 새빨간 거짓말임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레스토랑에서 얼굴을 들이밀면 성추행이냐”면서도 “난 물론 이런 행동도 안 했다. 프레시안은 대국민 사기극 목적으로 내가 서울시장에 출마 못 하게 하고 정치 생명을 끊어 놓으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련의 보도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성추행 의혹을 보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증거 사진 등을 공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성추행 의혹을 보도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증거 사진 등을 공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레시안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발한 A씨와 지난 2011년 12월23일 전혀 만난 사실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당시에도 A씨와는 공식적인 식사 자리 외에는 단둘이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나는 2011년 12월23일(금)이건 12월24일(토)이건 간에 A씨를 만난 사실도 성추행한 사실도 없고, 그 전후에도 A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 그리고 나는 여의도 렉싱턴 호텔 룸에서건 카페에서이건, 레스토랑이건, 레스토랑 룸이었건 간에 A씨를 만난 사실이 없고,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프레시안 보도에서 사건 발생 일시와 장소에 대한 중대한 변경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이 1차 기사(“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 당했다”)에서는 사건이 있었던 날짜가 ‘구속 수감되기 사흘 전인 2011년 12월23일’이라고 했는데, 23일에 만난 사실이 없다는 정 전 의원의 반박 보도자료가 나간 직후에 작성된 2차 기사(“정봉주 ‘네가 애인 같다’…새벽에 ‘와줄 수 있냐’”)의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12월24일이라고 변경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두 번째 기사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날짜가 ‘크리스마스 이브’, ‘감옥행 2일 앞둔 날’로 기술된 점은 프레시안 첫 보도에서 진술한 날짜(12월23일)와 하루 차이가 난다”며 “이에 대해 A씨는 ‘정 전 의원의 수감일을 잘못 기억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이 두 번째 기사에 공개한 메일에는 정 전 의원과 만난 날짜가 12월24일이라고 나와 있어 당시 A씨가 날짜상 혼동이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의 구속 수감일은 2011년 12월26일이었고, A씨가 정 전 의원을 만난 날이 이로부터 이틀 전이 아닌 첫 보도대로 사흘 전이었다면 사건 발생일은 23일로 보인다. 프레시안 역시 피해자 메일에 나온 날짜 외에는 사건 발생일이 23일이었다고 일관되게 보도하고 있다.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 보도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시안 보도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장소와 관련해서도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1차 기사에서 사건 장소가 ‘호텔 룸’이라고 보도하고, 2차 기사에서는 ‘룸이 있는 식당’, 3차 기사에서는 다시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안에 있는 룸’이라고 변경했다면서 기사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프레시안 첫 기사를 인용 보도한 언론에서 사건 발생 장소를 ‘호텔 룸’이라고 잘못 전달한 것이지, 프레시안은 첫 기사에서 “호텔 카페 직원은 A씨를 룸으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정 전 의원은 또 “렉싱턴 호텔 레스토랑에서 티타임시간으로 운영하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23일 오후 2시30분경 홍대 인근에서 명진스님을 만났고, 늦은 오후까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염주, 영치금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알리바이’를 대기도 했다.

23일 오전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검찰 출석 관련 대책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다가 모친이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는 것이다.

그는 “이후 다시 홍대 인근에서 민변 변호사들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다가 명진스님을 함께 만났다”며 “명진스님과 헤어진 후 ‘나는 꼼수다’ 멤버들과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갔다”고 했다. 프레시안 기사에서 A씨와 정 전 의원이 만난 시각이 정확히 특정돼 있지 않고, 이날 일정상 A씨를 만날 시간을 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게 정 전 의원의 해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프레시안 측에 “A씨가 성추행당했다고 한 날짜와 시간, 장소를 명확하게 밝혀 달라”며 “A씨가 나에게 받았다는 문자를 공개해 달라”는 등 A씨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6가지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프레시안 측은 정 전 의원의 반박 기자회견과 요구 사항에 대한 입장을 이날 오후 중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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