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 시청자미디어재단 고위직 채용에 문재인 대선 캠프, 방통위 출신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공모절차가 진행 중인 시청자미디어재단 고위직인 시청자지원본부장(1급 상당)에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미디어 특보단 간사 출신인 김혁 전 한국일보 기자가 유력하다. 또한 시청자재단 경영기획실장(2급 상당)에는 류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지역미디어정책과장이 유력하다. 이들 인사는 서류 심사에서 합격한 후 면접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로고.

▲ 시청자미디어재단 로고.

김혁 전 기자와 류재영 과장은 공모 이전부터 내정설이 돌았다. 김혁 전 기자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등에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아리랑TV사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등 미디어 기구 요직에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단 인사가 임명되기도 했다.

류재영 과장이 공모에 지원하려면 방통위의 협조가 필요한데 방통위는 인사적체 해소 차원에서 사전에 협의를 마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역 센터장, 시청자지원본부장, 경영기획실장 등 고위직에 외부인사 지원이 가능한 ‘개방형 채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낙하산 인사’를 위한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정부여당 출신 낙하산 인사들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초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이석우 전 이사장은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출신으로 임명 이후 인사 비리 등으로 논란이 된 끝에 사퇴했다. 자유한국당 보좌관 출신의 부장은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아 지난해 면직됐다.

19대 국회 때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7월2일 정책조정회의 때 시청자재단에 낙하산 인사가 잇따르자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시청자 권익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다. 낙하산 도래지, 정치낭인들과 보수 세력들에게 일자리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현 정부에서 대선캠프 미디어특보단 출신을 보도기능이 있는 방송사 사장으로 뽑거나 논란이 된 발언을 해온 인물이 미디어 관련 요직에 임명하는 경우는 없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인사들이 적지 않은 데다 각 기관 내부 구성원들의 승진 기회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지역 센터장 4곳 가운데 센터장이 공석이었던 광주 센터를 제외한 3곳 센터 모두 현 센터장이 응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규정상 센터장의 연임이 가능하고 이들이 업무상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몇몇 센터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비리로 얼룩졌던 이석우 전 이사장 체제에 동조했던 데다 장기간 센터장 업무를 맡게 되면 내부 직원들의 승진 기회가 박탈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관계자는 “이 정권 역시 도돌이표 낙하산 인사를 한다”면서 “2년 또는 4년마다 계속되는 개방형 채용으로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허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현직 센터장이 공모에 응하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시청자재단측은 “공모 심사는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심사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자가 임명되는 것으로 특정인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았다. 현직 센터장이 지원한 경우에는 내부 위원이 심사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