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성매수 동영상과 관련해 ‘삼성 브로커’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이 사회부장 시절 부당한 취재 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류제웅 사회부장 시절 사건팀 막내 기수인 YTN 15기 기자들(김경수·우철희·이형원·임성호·최아영)이 지난 9일 성명을 냈다. 류제웅 당시 사회부장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 바꾸기’ 녹취를 리포트에 쓰지 못하게 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보상금’ 프레임으로 매도하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다.

15기 기자들은 지난해 11월 최남수 반대 성명을 발표한 뒤 “너희가 얻을 게 없는 싸움인데 왜 나서냐? 누가 시켜서 그러냐”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며 “최남수의 부적격함이 자명하고, 최남수가 류제웅 실장을 비호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성매매 영상’ 추문 이전부터 우리가 경험했던 참담함은 이 싸움에 나서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 사진=이치열 기자.
▲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 사진=이치열 기자.
우선 2015년 6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 사죄 선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당시 이를 취재한 임성호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녹취를 넣으려 했지만 당시 류제웅 부장에게 가로막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수습 시절 다른 선배가 박근혜 녹취를 넣어서 정책 비판 기사를 썼는데 이게 문제가 돼 사회부장이 바뀌었고, 뒤를 이은 사람이 류제웅 부장이었기 때문에 우려가 더 컸다”며 “데스킹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사를 본 류제웅 당시 부장의 욕설이 크게 들렸다. 그 뒤 박근혜 녹취를 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알아서 눈치를 보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하나를 더 알게 됐다”며 “공교롭게도 당시 류제웅 부장의 아내인 김재련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관련 업무가 포함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이었다. 이후에는 졸속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이사까지 지냈다”고 밝혔다.

류제웅 당시 부장이 “세월호 유가족들, 보상금 더 뜯어내려고 집회하는 거다”라고 말하는 등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매도하는 발언과 취재 지시를 반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5기 기자들은 “류 부장은 유가족과 시민들이 여는 추모집회를 ‘돈’ 문제로 매도했고, 그들을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폭도로 모는 듯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보다 ‘시위대’라는 부정적 표현을 더 선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장 참담했던 건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5살 권지연 양에 대한 발언이었다”고도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부모와 오빠를 잃은 5살 권지연 양과 관련해 “권지연 양이 받게 될 보험금 추적 취재를 잘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들은 “스스로도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자조하며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대형 참사가 ‘시청률 보장’ 소재로 치부됐다는 폭로도 나왔다. 15기 기자들은 “류제웅 부장은 ‘빠진 기사 막기, 시청률 유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당시 사건 데스크도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건사고가 빵빵 터지면 회사는 절대 망할 일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며 “참담했던 지난 시간의 증인이 바로 저희 15기 취재기자들”이라고 밝혔다.

15기 기자들은 “류제웅 부장이 인사팀장을 거쳐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전하는 동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탄핵, 조기 대선 등 굵직한 사태들을 거쳤다. 보도, 제대로 못했다”며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정권편향, 무분별한 시청률 우선주의 등등 바뀐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이들은 또 “류제웅 실장이 상징하는 보도 적폐와 이를 두둔하는 부적격 사장 최남수가 바로 우리 15기들의 ‘배후’”라며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들이 우리를 이 싸움으로 끌어들였다. 흔들림 없이 싸우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11일 류제웅 전 실장에게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짧은 문자 메시지가 돌아왔다.

류 전 실장은 지난 4일 ‘뉴스타파’의 “YTN 간부, 이건희 동영상 제보 삼성에 ‘토스’” 보도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과 연결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8일 YTN은 14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류 전 실장을 기획조정실장에서 면직하고 남산 YTN서울타워에 있는 타워사업국으로 발령했다. YTN기자협회는 이날 류 전 실장 제명 절차에 착수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YTN지부)는 이를 두고 “류제웅 실장에게 남산 타워국이라는 은신처를 제공해준 것”이라며 “13일 이사회까지 최남수씨 안착을 위해 기조실장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남수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파업 중인 YTN지부는 오는 13일 YTN 정기 이사회에 최 사장 해임안이 상정·의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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