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이어지는 YTN의 장기파업은 한 방송사의 사장선임 문제를 넘어 국가의 방송정책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납득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의 전파를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는 공영방송 성격의 YTN은 노사간 극한대치 속에 장기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하는 상황인데, 주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무개입은 정당한가?

촛불혁명으로 ‘이명박・박근혜 언론장악시대’를 마치고 MBC・KBS 등 공영방송은 밀실에서 이뤄지던 ‘청와대 낙하산 사장 시대’를 마감하고 ‘공개와 투명’한 절차속에 신뢰받는 인물들로 사장을 선임하는데 성공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도 최근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와 투명’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사장을 선임했다.

9년전 이명박 전대통령의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공정방송’ ‘방송독립’을 내세웠던 YTN도 마찬가지였다. 파업과 해고, 노사대립 등을 거치는 긴 투쟁 끝에 가장 먼저 방송정상화를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정작, ‘부적격 사장선임’ 문제 때문에 2018년 다시 파업을 시작, 두달째 이어가고 있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해 11월5일 YTN 이사회가 최남수 머니투데이 방송 대표이사를 YTN 사장으로 내정했고, 12월28일에 주총을 거쳐서 선임이 됐다. 최 사장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인만큼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반면에 YTN 노조는 새로 선임된 최 사장은 개인 자질면에서 ‘공정방송’을 이끌 수 없는 부적격자라는 점, 특히 방송장악의 주범격인 이명박 박근혜를 찬양해온 과거언행에 비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웠다. 더 결정적인 것은 사장 선임을 조건으로 내세웠고 노조와 합의했던 사항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해서 신뢰를 잃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이었다.

주요 합의안은 최 사장이 반대하던 적폐청산 위한 독립기구 신설, 편집국 독립,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노조는 최사장이 지난해 12월27일 이런 타협안을 받아들인 것은 주총을 앞두고 사장 선임을 받아내기 위한 ‘거짓쇼’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간의 대립에는 일정부분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는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은 제3자의 입장에서 파악하기 쉽지않다. 문제는 YTN은 개인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가 공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공영방송매체라는 점, 현재의 파업은 노사간 갈등으로 나타나지만 9년전 공정방송을 부정하며 낙하산 사장을 보내 파업을 가져온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 등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는 점이다.

국가의 방송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주관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4대 주요 핵심 정책으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통신 환경조성 △이용자의 능동적 참여와 권리강화 △지속성장이 가능한 방송통신생태계 구축 △미래대비 신산업 활성화를 내세웠다.

방통위가 첫 번째로 내세운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통신 환경조성’ 제목 아래는 보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적시했다.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강화, 미디어 다양성 및 지역성 증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신장 및 역기능 대응 강화 등이다.

방통위가 얼마나 ‘공정한 방송환경 조성’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가를 올해 4대 목표를 내세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목표와 현실의 노력이 함께 가고 있느냐는 점이다.

YTN은 단순히 노사간의 파업으로 한 방송사가 장기 침체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력이 밀실에서 선임한 무자격자가 와서 방송장악에 이어 정권편향방송을 강요한데 반발해서 나타난 문제였다. 이런 과거를 거친 YTN의 입장에서 언론자유와 공정방송을 존중하는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부적격자 시비를 넘어 시대정신을 모르는 사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절박함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월2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장실 앞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월2일 오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장실 앞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 60여 명에게 둘러싸인 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방통위는 구호만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통신 환경조성’으로 내세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YTN 노조는 내부적으로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방통위가 나서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습은 방송정책 주관부서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전체의 불신을 가져오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조차 올해 11월에나 내놓겠다는 방통위의 보고는 방통위의 개혁의지를 의심케한다. 가짜뉴스의 심각성은 세계적으로 선거때마다 문제가 돼왔고 각국마다 종합대책을 마련, 실행중에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 상황에서 더욱 시급하지만 그 대책은 방통위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려있는 모양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국민의 권리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 방통위의 위상과 역할은 재점검돼야 한다. 긴급한 YTN 방송현안에 대처하는 방통위의 모습은 실망과 우려가 앞선다.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위해서도 방통위는 YTN 문제에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

방통위는 ‘지속성장이 가능한 방송통신생태계 구축’을 또 다른 올해의 목표로 내세웠다. 노사 공멸의 길을 걷고 있는 YTN부터 ‘성장 가능한 방송생태계 구축’을 위해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구호에 걸맞는 노력과 정책이 수반될 때 시청자도 방송도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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