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역 MBC 경영진 교체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 MBC는 이른바 ‘적폐’ 사장과 이사진이 임기를 이어갈 상황에 놓였다.

지난 8일 제주 MBC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재혁 사장과 백종문·최기화 비상임이사에 대한 해임이 무산된 것이다. 2대주주 남창기업 반대로 해임안이 부결된 뒤 주주총회는 정회됐다. 주총 속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제작거부를 이어온 전국언론노조 제주 MBC지부(지부장 지건보) 조합원들 업무 복귀도 요원해졌다.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MBC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해온 남창기업이 주주총회에 와서야 기존 이사진을 안고 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이사회 다수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 MBC 대표이사인 최재혁 사장과 백종문·최기화 이사가 유지되면 2대주주 측이 이사회 다수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MBC 관계자는 “그동안 MBC 임원들이 직접 찾아가서 읍소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협상에) 실패했다”며 “당장 재개되는 주총에서 최재혁 사장 해임이나 이사진 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MBC 측은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는 9일 성명을 내고 “지역 MBC 정상화가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제주만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제주 MBC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주 MBC 지부
▲ 제주 MBC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주 MBC 지부

▲ 제주 MBC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주 MBC 지부
▲ 제주 MBC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주 MBC 지부

최 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아나운서 국장 자리에서 부당 인사를 주도했던 인물로 꼽힌다. 최 사장은 2012년 MBC본부의 170일 파업이 끝난 뒤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을 이른바 ‘유배지’라 불리는 비제작부서로 보냈다. 파업 참여 인사들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제시킨 인물로도 지목됐다.

MBC본부는 “충성심을 보여준 그는 안광한 전 MBC 사장 시절 특보로 승진했다. 적폐 세력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MBC를 망친 대가로 최재혁은 제주 MBC 사장 자리를 꿰찼다”고 비판했다.

백종문·최기화 비상임이사들 역시 MBC에서 불공정 보도와 노동 탄압이 자행됐던 시기 요직을 맡아 ‘언론 장악’에 적극 가담하거나 동조했던 인물들이다.

백종문 이사는 지난 2012년 근거 없이 최승호 당시 MBC PD(현 MBC 사장)와 박성제 기자(현 MBC 취재센터장)를 해고했다고 실토한 ‘백종문 녹취록’의 주인공이다. 해당 녹취록에는 MBC 구성원들을 “생계형으로 장악했다”는 발언과 경력 사원을 선발할 때 출신 지역을 고려했다는 발언 등이 담겼다. MB 집권 이후 본부장직을 내리 역임한 백 이사는 김장겸 전 사장 시절 MBC 부사장을 지냈다.

최기화 이사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과 언론사 간부들이 주고받은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MBC 홍보국장 겸 대변인이었던 그는 2012년 파업 당시 보도국 부국장이 됐고, 불공정 보도 책임자라는 비판 속에서 보도국장에 올랐다. 그는 ‘김장겸 체제’ MBC의 마지막 이사진 가운데 한 명이다.

MBC본부는 “제주 MBC 소주주들에게 호소한다. 권력에 방송을 바치고 자신들의 영달을 꾀한 최재혁과 백종문, 최기화를 그 자리에 두는 것은 제주 MBC 지역성과 공공성을 파괴하는 일”이라며 “이들을 해임해 공영방송 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제주 MBC를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제주 MBC지부는 9일 오전 비상 총회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지건보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투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제주 MBC지부 조합원들은 제작거부를 전 부문으로 확대했고 부장단은 보직을 사퇴하며 최 사장 퇴진 요구에 동참했다. 제주 MBC지부는 이날 2명의 보직 국장들에게도 결단을 촉구했다.

지 지부장은 “제주 4·3 70주기, 창사 50주년, 6월 지방선거, 임단협 등의 과제가 남아있고 지역 방송으로 제주 MBC가 역할을 해야 하는 측면도 있어서 고민이 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하면서 최 사장 퇴진 투쟁을 향해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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