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를 향한 성폭력 피해 고발 글이 등장했다.

익명의 피해자 A씨는 직장인들이 가입된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년 전 조계종의 한 70대 승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수년 전 ‘큰 절 종무소에 들어가 공부하고 일도 하는게 어떻겠느냐’는 어머니의 권유에 “청정하다고 소문이 났고 조계종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유명한 한 사찰에 들어갔다.

A씨는 사찰에 들어간 지 첫 두 달 동안은 절 생활을 배우고 사찰 내 ‘큰스님’(덕이 높고 오랫동안 수행한 스님을 칭하는 불교용어)이라 불리는 승려로부터 공부도 배우며 문제없이 지냈다.

▲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무관함). ⓒpixabay
▲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무관함). ⓒpixabay

그런데 그 이후부터 A씨는 그 승려가 자신과 함께 생활하던 여성 보살과 자신의 신체를 만졌다고 밝혔다. A씨는 “공부를 하러 들어가 (큰스님이) 손바닥 밀어내기를 하자 말씀하시기에 언니와 나는 그저 적적하셔서 손주보듯 하시는구나 하고 응했다”며 “계속해서 가슴을 터치하기에 의아했다. 하지만 ‘전혀 나는 아니다’는 얼굴이기에 아니겠지하고 넘어갔다”고 적었다.

A씨는 가해 승려가 사찰 밖의 일을 보기 위해 함께 자동차를 타고 나갈 때도 ‘무릎을 간질인다’며 좌석 양 옆에 앉은 A씨와 여성 보살의 허벅지를 만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A씨와 함께 살던 여성보살이 사찰을 비운 날 가해 승려는 A씨를 따로 불러 어깨를 주물러달라고 부탁했다. 글에 따르면, 승려의 일을 봐주던 보살이 퇴근하자 승려는 안마를 해주던 A씨를 힘으로 제압해 강제로 눕힌 후 강제추행 및 성폭행을 가했다.

A씨는 가해 승려가 저항하며 소리를 지르려는 자신에게 ‘소리치면 네가 오히려 이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며 협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후 도망치듯 빠져나와 산 중 사찰에서 걸음으로 20여 분 걸리는 곳에 있는 목욕탕에 가 몸을 “씻고 씻고 또 씻었다”고 적었다. 

A씨는 해당 승려는 사찰 내외로 이전부터 공공연히 성 추문이 나돌던 승려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가해 승려에 대해 “아주 큰 절 조계종에 직위도 있는 스님”이라며 “공부하기로 소문났던 그 절에서 있었던 일이고 이게 공론화된다면 종교계의 판도가 싹 뒤바뀔 일을 나는 여전히 묻고 산다”고 적었다.

A씨는 또한 “나는 밝힐 용기가 없었다. 내가 먹고 살기 바빠서 진실을 묻었다”며 “스무살의 내게 이 고백을 바친다. ‘미안했어. 품고 산다고 힘들었지. 고생했다’”고 적었다.

종교계 내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은 검찰·문화예술·정치계 등에서 확산되는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종교계의 성폭력은 성직자들이 막강한 권위를 이용한 대표적인 권력형 성폭력인 점에서 피해자들이 외부로 사건을 고발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달 23일엔 수원교구 소속 한만삼 신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피해자가 KBS 뉴스를 통해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이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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