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에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다. 이들은 왜 경질을 요구했을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당 이은재 의원의 ‘겐세이’ 발언에 대해 “본질은 제쳐 놓고 지엽 말단적인 말꼬리만 잡아서 막말을 운운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며 “희대의 막말은 문정인 특보라는 사람이 한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한다면 나가야 한다’는 그 말”이라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중대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라는 사람이 워싱턴에서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한국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 문정인 특보가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DC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오찬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문정인 특보가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DC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오찬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즉, 문정인 특보가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했고,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두 당이 이를 ‘한미동맹을 해치는 막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두 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정인 특보 경질을 요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에서 문제 삼는) 문 특보 발언은 강연 중 어느 한 대목만 떼어놓고 문제 삼은 것”이라고 거부했다.

그렇다면, 문정인 특보는 위와 같은 말을 실제로 했을까? 문정인 특보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있던 워싱턴 강연에 대해 “문정인 “북미수교가 최선…북, 핵시설·물질 폐기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 말미에는 “한편 문 특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와 관련, “전작권이 없다는 게 군사주권이 없다는 건 아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문정인 특보가 주한미군과 관련해 위와 같은 발언은 할 것은 사실이라는 의미다. 백악관의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도 미국 기자가 문정은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에 대한 질문을 했고, 백악관 와이트 대변인은 “주한미군 관련 결정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공동으로 내려야 한다”며 “주한미군은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의 초청에 따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언론보도만 놓고 보면 문정인 특보는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비칠 수 있는 논란이 될 말한 발언을 한 셈이다. 그런데 현지에서 문정인 특보의 강연을 들은 사람은 문 특보의 이와 같은 발언이 주한미군 철수론의 취지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고 밝혔다.

▲ 뉴스로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로 홈페이지 갈무리.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한인 웹진 ‘뉴스로’의 노창현 대표기자는 지난 6일 게재한 “문정인 망언? 언론조작 톺아보기” 보도를 통해 “문제의 발언은 본 강연에서 나온 말도 아니거니와, 질의응답 시간에 대통령의 군사주권을 설명하면서 청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로 든 것”이라고 밝혔다. 노 기자는 직접 자신이 강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 기자에 따르면 당시 청중이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서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이 없어서 걱정된다”는 취지의 질문을 했고, 이에 문정인 특보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 있다는 게 주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임명권 군령권을 갖고 있다. 전작권은 작전지휘권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작전통제권이 있는데 작전지휘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단 행사는 미국 대통령과 공동으로 한다. 작전통제권도 정보를 공유한다. 전쟁발발시 군사력 배치하는 작전통제권은 상당히 군사주권에 타격을 주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전쟁하느냐 마느냐는 대통령이 하는 거다. 우리 대통령이 군사주권 없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전쟁을 반대하면) 주한미군 나가라 하면 끝이다.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즉 전작권 문제에 불안해하던 청중에게 우리 대통령도 군사주권을 갖고 있는 만큼 안심하라는 취지의 설명이었다는 것이다. 노창현 기자는 “‘주한미군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한다’고 한 적이 없다. 정확한 워딩은 ‘주한미군 나가라 하면 끝이다’ 였다. 그는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고 했는데 악질적인 막말을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노창현 기자는 “연합뉴스는 문정인 특보의 문제 발언을 기사 맨 끝에 붙였는데, 질의응답이라는 설명이 없고 발언의 뉘앙스도 달라 독자들은 강연에서 작심하고 언급한 것이 아닌가 오해했을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 보도는 이틀 후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 미국기자의 질문으로 활용됐고, 한미공조에 엇박자라도 나는 양 호들갑 떠는 보도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노 기자는 오히려 강연에 대해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대했던 강도높은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며 “시간도 30분 정도로 짧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강연 하루 뒤에 돌연 정치적 파문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노 기자는 “어떡하든 설화를 유도해 문재인 정부에 흠집을 가하려는 자들의 조급함은 이해가 간다”면서 “그래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지, ‘억지춘양’은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특히나 현장에 오지도 않고 베낀 기사를 소설화하는 언론은 더더욱”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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