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정치권은 국회에서 각종 관련 행사를 열고 최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미투 운동’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참담하다”며 미투 운동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측은 여성의 날 행사 발언대에서 농담을 던지고, 같은 날 열린 성폭력특별위원회 대책회의에서 “우리당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터치, 술자리 합석이지 성폭력은 아니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에 참석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성의 날에 기쁜 마음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마음을 나눠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며 “최근 미투 운동에서 예외 없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큰 잘못을 한 사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함께하는 양성평등)'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함께하는 양성평등)'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추 대표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안주하고, 안이했느냐는 것을 깊이 통찰하고 절감하는 순간”이라며 “이번 사건은 권력을 남용한 정도가 아니라, 타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치가 항상 희망을 이야기해 왔는데 같은 입으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발언 도중 몇 초 간 말을 잇지 못했다.

추미애 대표는 “그러나 이 참담한 심정을 딛고 일어서서, 피해자 여러분의 희생에 응답하겠다”며 “미투가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고개 숙이고 있으면 때가 지나가는 게 아니라, ‘포스트 미투’를 준비해 내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미투 운동 지원을 위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피해자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여성폭력방지법 제정 △사실적시 명예훼손에서 성폭력에 대한 사항은 제외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꾸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가 중간 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발언한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발언대에 오르자마자 농담을 던졌다.

▲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왼쪽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함께하는 양성평등)'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왼쪽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 '하나의 함성(함께하는 양성평등)'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임화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추미애 대표가 늦게 와서 짧게 발언할 줄 알았는데, 불평등하다”며 “저는 유승민, 조배숙 대표와 처음부터 와서 기다렸지만 1분 만에 끝내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여성의 날 110주년인데, 저는 이날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미투는 너무나 아픈 우리 사회 상처”라며 “미투 운동은 몇몇 여성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고, 시대정신 물결로 받아들이고 성찰하고 자성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자유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위 1차 회의에서 박순자 자유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위 위원장은 “성폭력 문제에 우리 자유한국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공감한다”면서도 “그래도 보수진영인 한국당은 성도덕에서도 보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거슬러 생각해보면 우리가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거의 터치, 술자리 합석에서 있었던 일들”이라며 “성폭력으로 가서 하룻밤 지내고, 이틀 밤 일주일 지내고, 딸을 키우는 엄마들이 걱정이 들게 하는 일들은 우리 당에서 없었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날 이만우 전 새누리당 의원(현 자유한국당)은 지인을 성폭행하려다 상처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19대 국회에서 심학봉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9월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윤리특위 징계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재적의원 만장일치로 제적된 사례가 있다. 심 전 의원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여성이 경찰과 검찰에서 “강제성이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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