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8일 세월호 KBS 보도 참사 주역으로 꼽히는 길환영 전 KBS 사장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KBS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돌격 대장’ 역할을 했던 인사를 ‘현 정권의 언론탄압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한국당 행태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길 전 사장과 배현진 전 MBC 앵커 영입에 대해 “길 전 사장과 배 전 앵커는 현 정권 언론 탄압의 당사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 전 사장을 충남 천안갑 재선거에, 배현진 전 앵커를 서울 송파을 재선거에 내세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다.

▲ 길환영 전 KBS 사장이 2014년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발언 논란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 길환영 전 KBS 사장이 2014년 5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발언 논란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한 뒤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당 주장은 사실 왜곡이다. 2014년 길 전 사장을 해임한 것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길 전 사장에 대해 “대통령만 보는 사람”이라며 청와대와 길 전 사장의 KBS 보도 개입을 폭로했다.

이후 KBS 이사회는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 △사장으로서 직무수행능력 상실 △공사 경영 실패와 회사 재원 위기 가속화 등의 이유로 길 전 사장 해임을 제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박씨가 그해 6월 길 전 사장을 해임했다.

김시곤 전 국장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KBS가 단독 취재한 국가정보원 댓글 관련 리포트를 뺄 것을 요구하고 박씨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톱 리포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노골적으로 KBS 보도에 개입했다. 지난 2016년 11월 대법원은 길 전 사장이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해임이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말 창피하고 부끄럽다”며 “무슨 언론 탄압 피해자인가. 그렇다면 박근혜가 길환영을 탄압했다는 건가. (MB가 임명한) 이병순·김인규 사장도 퇴임 후 정치권은 기웃거리지 않았는데 길환영은 무슨 추태인가”라며 격하게 분노했다.

성 본부장은 “분명한 것은 길환영은 KBS 보도 공정성을 훼손한 명백한 가해자이자 언론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배 전 앵커 역시 전임 MBC 사장 시절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가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보인 행태를 고려하면 ‘언론 탄압 피해자’로 보기엔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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