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폭로 당사자인 수행비서 김지은씨와 함께 캠프에서 일했던 이들이 김씨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선 후보 시절 안 전 지사 캠프에서 성추행과 물리적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면서 관련된 일도 공개했다.

8일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안희정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씨와 경선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저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안희정의 가치를 믿고 그와 함께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발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참모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긴 침묵”에 빠져서 김씨의 용기를 지지하거나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고, 특히 추가 성폭행 증언이 나오면서 “더 있을지 모를 피해자를 위해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캠프 내에서 각자 겪었던 경험들을 공유했다면서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인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민주주의는 안희정의 대표 슬로건이었지만,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너네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당시에는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을 낳았다”고 털어놨다.

▲ 지난해 2월 8일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해 2월 8일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정작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선배들과의 민주적인 소통은 불가능했다. 저희 역시도 그러한 문화를 용인하고 방조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세가지 요구사항을 밝히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우선 “‘왜 거절을 못했느냐’,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 ‘정치적 목적이나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을 전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2가 가해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김씨의 폭로 이후 김씨와 안 전 지사의 관계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함께 폭로의 배후가 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발표할 것을 지시한 비서실 인사가 누구였는지 밝히고 당헌과 당규에 따라 성폭력 방조죄로 간주해 징계해달라”고 촉구했다.

JTBC가 최초 김씨를 인터뷰하고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행위들을 폭로했을 때 안 전 지사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해명했는데 그 발언의 진원을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또한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은 상습 성폭행 가해자 안희정의 성범죄 혐의에 관한 수사를 적극 지원하고, 정치권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방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여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저희는 김지은 씨를 지키는데 앞장서겠다. 공명정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고, 피해자와 주변인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이를 위해 저희는 2차 가해 내용을 수집하고 있다”며 이메일 주소( withyoujieun@gmail.com)를 공개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김지은 씨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분의 용기 있는 고백이 없었다면 우리도 피해자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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