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 상고심 심리가 시작된다.

법원은 7일 특검 및 삼성 양측이 상고한 ‘삼성 뇌물 사건’을 대법원 3부에 배당하고 조희대 대법관을 주심 재판관으로 지정했다. 대법원 3부에는 조희대 대법관을 포함해 김재형, 김창석, 민유숙 대법관이 소속돼 있다.

상고심 선고는 특검법에 명시된 선고 기한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 제10조는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2심 및 3심 선고는 하급심 선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정한다. 재판기록이 3만 쪽을 훌쩍 넘는 이 사건은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6개월이 걸렸고, 1심 선고부터 2심 선고일까지도 6개월이 걸렸다.

이 사건은 양측간 법리 다툼이 치열한 점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여지도 있다. 소부의 대법관 4명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사건을 대법관 14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길 수 있다. 의결은 대법관 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특검 “2심, 자유심증주의 한계 위반” vs 삼성 “승마지원도 뇌물 아냐”

특검은 상고이유로 2심 판결의 판단유탈 및 자유심증주의 한계 위반을 주장했다.

판단유탈은 특검이 주장한 공소 사실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검은 2015년 7월25일 및 2016년 2월14일 독대에서 삼성그룹 측 개별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재판부가 이에 대한 판단없이 청탁이 없었다고 결론내린 데 대해 판단 유탈을 주장했다.

특검은 또한 2심 재판부가 공판에서 제시된 모든 증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유심증주의 위반을 주장했다. 특검 관계자는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해도 관련 증거 전부를 분석해 종합적인 증명력에 의해 사실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며 “2심 판결문엔 ‘이런 증거에 비춰 이런 사실이 인정된다’는 등 개별 증거에 대한 판단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월12일 특검 조사를 위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월12일 특검 조사를 위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밖에 특검은 2심 판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업무수첩의 증거능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점을 상고 이유로 들었다.

특검은 또한 상고이유로 이 부회장 등의 재산국외도피 혐의와 관련해 법리가 잘못 적용됐고 법원조직법 등에 기재된 양형 가중사유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측에 삼성전자 자금 36억 여 원을 뇌물로 줬다며 뇌물공여죄 및 횡령죄를 인정하면서도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부인했다. 국내 재산을 위법하게 국외로 이동시키는 행위엔 재산국외도피죄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특검은 2심 선고 직후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비판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뇌물 규모와 죄질에 비춰 지나치게 형량이 낮다는 비난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2심 재판부가 확정한 이 부회장 뇌물금액 및 횡령액은 36억 여 원이고 이를 합법적 계약으로 가장한 범죄수익은닉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됐다.

삼성 변호인단의 상고이유서는 지난 1심 직후 제출한 항소이유서보다 대폭 축소됐다. 삼성 측 상고이유는 2심 재판부가 인정한 승마지원 뇌물 36억 원 부분에 집중됐다.

삼성 측 변호인은 상고 이유에 대해 “2심에서 했던 주장과 동일하다. 2심이 유죄로 판단한 승마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라며 “승마지원을 단순뇌물죄로 볼 수 없으며, 부정청탁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제3자 뇌물공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상고이유서에 적시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크게 부각은 안됐지만 이 부회장은 (대통령 지원 요구에 대한) 말만 전달했지 지원 과정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부회장 측이 대통령의 뇌물 요구 피해자라는 주장도 다시 강조됐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강요했다’는 변론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판결문에 “대한민국 최고 정치 권력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경영진을 겁박했다”고 적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법관 출신인 차한성 변호사(현 재단법인 동천 이사장)가 변호인단에 합류하면서다. 차 변호사는 2008~2014년 동안 대법관을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퇴임 전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1심부터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7일 “이 사건과 관련한 사회적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차한성 변호사에 대하여 담당변호사 지정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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