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과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는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취재 윤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이건희 성매매 영상 제보자와 류 실장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2015년 당시 YTN 보도국의 한 간부(류제웅 당시 YTN 사회부장)가 일선 기자들 몰래 동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소식을 SBS ‘8뉴스’ 등 주요 언론사들이 인용 보도하며 류 실장의 삼성 유착 의혹은 커졌다. 류 실장은 지난 5일 오후 사내에 “과거 제가 사회부장으로 있던 때의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실은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책임질 일은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류 실장에 따르면 류 실장은 당시 야근을 하던 YTN 기자들이 제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에 보고했고 회사는 곧바로 긴급회의를 열어 기사화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불법적으로 사생활을 캔 자료를 이용해 돈을 뜯으려는 협박범들에게서 불법 자료를 돈을 주고 사서 기사화하는 것은 불법적이고 언론 윤리에도 어긋난다. 자료를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전에는 일단 기사화를 보류하고 시간을 두고 접근하자”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제보자들(2명)이 제보 대가로 YTN 기자들에게 거액을 요구했던 만큼 거래 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 측에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는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취재 윤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영상 제보자들을 삼성 측에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는 류제웅 YTN 기획조정실장이 “취재 윤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 사안 핵심 쟁점은 류 실장이 왜 제보자들과 삼성 측을 연결시키려 했는지에 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류 실장은 제보자와의 통화에서 “선생님(제보자)이 저한테 부탁한 거잖아요. 최소한 가르쳐 줄 수 없냐 거기(삼성 전화번호)를. 제가 고민하다가 그 정도까지 해주자라고 했고”, “제가 어제 삼성 쪽으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래 가지고 그런 정황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어요” 등의 발언을 했다.

제보자들끼리의 통화 녹취에서도 “YTN 그쪽 갔다가 그쪽에서 소개시켜줘 갖고 삼성 그쪽에.. 한 번 만나봤다” 등의 발언이 나온다. 제보자들이 류 실장을 통해 삼성과 접촉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류 실장은 5일 사내 입장문을 통해 “제보자들이 주장한 내용의 진위는 알아볼 필요가 있겠고 또 향후 전개될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그래서 직접 제보자들을 상대로 취재를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사거리를 놔둔 채 중간에 들어서서 브로커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며 “특히 후배들이 별도로 취재하고 있는데 사회부장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류 실장은 “저는 이 제보자와 통화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결코 화면을 공짜로 줄 생각은 없고 이들의 말도 신뢰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이에 따라 당시 경제부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삼성을 상대로 이들로부터 관련 내용으로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 확인 취재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부장의 확인취재 결과 삼성은 처음에는 황당한 내용으로 범죄 집단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후 만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그들이 계속 만나겠다고 하면 연락처를 줘도 무방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 들었다”며 “그래서 저는 삼성을 직접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정황을 갖고 녹취록에 나온대로 제보자와 대화를 나눴던 것”이라고 말했다.

류 실장 해명을 정리해보면, 류 실장이 삼성을 직접 접촉한 것은 아니었고 그가 당시 YTN 경제부장을 통해 제보자에게 연락처를 줘도 무방하다는 삼성 측의 반응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그러한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류 실장은 “분명한 것은 제가 이 제보자에게 삼성의 연락처를 알려줄 것처럼 말하고는 있으나 삼성이나 제보자 그 어느 쪽에도 상호간의 연락처를 건네주지는 않았다”며 “사회부장으로서 저는 회사의 결정에 따라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했을 수는 있으나 기자로서 지켜야할 취재윤리를 지키려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류 실장은 뉴스타파에는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 연락처를) 받아서 (제보자에게) 전해준 것 같기도 하고. 왜냐면 (제보자가) 삼성 이인용과 통화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경제부에서 번호를 받아서 줬을 것 같다”고 시인한 뒤 나중에는 “내가 번호를 갖고 (제보자와) 왔다갔다한 것 같진 않다. 왜냐면 내가 삼성을 직접 접촉하진 않았으니까”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5일 SBS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은 제보자들과 접촉했지만 누가 연결시켜줬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한편, YTN 사측은 6일 언론노조 YTN지부에 ‘노사 공동 진상 조사’를 제안했다. 사측은 “회사는 언론노조 YTN지부와 YTN방송노조, 그리고 사측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진상조사위 구성을 제안한다”며 “진상조사위가 독립적으로 진실을 파악하고 그 결과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류 실장이 아무리 변명을 늘어놓아도 뉴스 전문 채널의 사회부장이 중대 제보를 보도하는 대신 삼성과 제보자의 거래를 알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진상조사위 구성을 제안한 사측에 대해서도 “조사 대상인 류 실장이 핵심 요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건가”라며 “사측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이미 드러난 진상에 따라 처벌할 사람 처벌하고 물러날 사람 물러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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