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최대 권력이 삼성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 미디어의 최대 권력은 누구에게 있는가? 저자는 이건희로 대표되는 삼성 오너 일가라고 단언한다. 삼성은 한국 최대의 미디어 집단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은 광고, 협찬 등으로 한국 언론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미디어 통제력은 이보다 훨씬 깊은 곳에서 나온다. 삼성의 미디어 권력은 근본적으로 미디어를 둘러싼 제도 장악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일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삼성의 성장史, 삼성의 미디어 진출 역사, 이병철의 제국 통치 방식, 삼성家와 한국 파워 엘리트, 이건희의 범 삼성家 확장, 삼성 미디어 제국, 미디어 소유 구조와 이사회, 한국 미디어 (신문, 유료방송, 광고, 영화) 시장 구조와 삼성의 미디어 검열 영향력 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삼성 권력은 자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국 미디어의 구조 장악에서 나온다.

한국 사회에 대한 삼성의 지배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경제력에 대한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배력의 뿌리가 되는 미디어 통제력을 정밀 분석할 때 비로소 그 실체가 분명해진다.

이에 저자는 미디어오늘·자유언론실천재단과 함께 한국 미디어 통제 체제와 나아가 한국 사회 지배 체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삼성의 한국 미디어 통제에 대한 심층 연구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 편집자주

목차는 다음과 같다.

(01) 왜 삼성미디어 정치경제학인가
(02) 삼성 제국과 내부 통제 라인
(03) 이병철과 그의 자녀들 그리고 한국 파워 엘리트
(04) 한국 매스컴 속의 삼성 미디어史
(05) 금융 자유화와 이건희의 범 삼성계
(06) 누가 한국 신문 시장을 지배하는가
(07) 누가 한국 광고 시장을 통제하는가
(08) 누가 한국 영화 시장을 지배하는가
(09) 누가 한국 유료 방송 시장을 통제하는가
(10) 삼성 그룹의 미디어 소유 구조와 이사회
(11) CJ 그룹의 미디어 소유 구조와 이사회
(12) 중앙일보 그룹의 소유 구조와 이사회
(13)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과 2005년 X-파일
(14) 범 삼성가의 미디어 검열 방식
(15) 누가 미디어 자유화의 최대 수혜자인가
(16) 삼성 없는 한국 미디어를 위하여



돈 내고 방송 보는 시대 도래

2017년 1월 우리나라 가구 기준으로 90.1%가 유료방송 가입자다 (방송통신위원회, 2017). 열 가구 중 아홉 세대는 일정액을 내고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는 의미다.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현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뜻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자 유료방송이 뭐가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자. 1995년부터 우린 케이블 방송을 시청해왔다. 첫 번째 유료방송이다. 2000년에는 디지털위성방송인 SkyLife가 도입됐다. 5년 뒤 2005년 방송통신융합 이동방송인 위성DMB와 지상파DMB도 공짜 방송은 아니었다. 2008년 도입된 인터넷텔레비젼(IPTV)도 신규 유료매체이다. 지금까지 도입된 한국의 유료방송 매체들이다.

이들 유료매체가 등장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80년부터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연관돼 있다. 시장의 자유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신화를 지속적으로 퍼트려왔다. 미디어산업에서 신자유주의 모습은 공기업 사기업화와 소유 지분 완화다. 전 세계적으로 공기업 사기업화는 통신시장과 공영방송에서 일어났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앞선 자본주의 국가들은 국영 통신사를 민영화했다. 영국과 프랑스, 이태리 등은 공영방송국을 자본들에게 양도했다(Murdock&Wasko, 2007). 그렇게 해서 탄생한 언론재벌들이 폭스 채널을 갖고 있는 뉴스코러페이션(News Corporation) 그룹 오너인 루퍼트 머독이다. 그는 영국과 미국 미디어 시장에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 흐름과 금융권과의 결합을 통해 언론재벌이 됐다(Meehan, 2005).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이태리의 공영방송 민영화 정부 정책을 이용해 언론 재벌이 됐다. 그 다음 정계에 진출해 총리가 됐다(Padovani, 2004).

지난 1980년 후반부터 한국도 경영 합리화란 이름으로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과 방송의 민영화가 진행됐다. 신자유주들이 공기업 적자 해소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해야한다고 강변했지만 한국전기통신공사(Korea Telecom=KT) 민영화 사례는 정확히 그 반대다. 한국통신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낸 알짜배기 국영기업이었다. 그런 한국의 흑자기업도 앵글로색슨이 만든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이념에 의해 민영화 대상이 됐다. 지난 1988년부터 수면으로 떠오른 KT 민영화 논의는 2000년 초반에서야 마무리됐다. 민영화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강성 노조 때문이 아니라 지분 관계 때문이었다. 정부 소유지분을 어떻게 얼마만큼 누구에게 넘길 것인가를 두고 12년 넘게 씨름한 것이다. 그 결과 정부가 절반에 못 미치는 지분을 가지면서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나머진 시장에 팔았다. SK그룹과 삼성그룹 등 재벌들도 KT의 대주주에 육박하는 지분을 가졌고, 외국인들도 민영화된 한국통신 주주로 등극했다(Jin, 2006). 또 다른 민영화 분야는 방송 분야다. 영국과 프랑스, 이태리 등 전 유럽은 공영방송이 민영화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공영방송 민영화 정책이 추진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공영방송 민영화 대상으로 지난 1990년 초반부터 논의됐던 문화방송(MBC)소유 지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만약 수구보수 세력(예로 군 출신)과 시장주의로 무장한 보수주의자(예로 이명박)들이 1990년대와 2000년 초반에 정권을 잡았더라면 문화방송은 민영화 됐을 것이다. 그 당시 세계적인 흐름이 공영방송 민영화였다. 하지만 그 시기동안 한국은 야당 출신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면서 문화방송 사기업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문화방송 소유 지분은 정부가 70% 지분을, 박근혜 영향권 아래 있는 정수장학회가 30% 지분을 갖고 있다. 정부가 주식을 모두 시장에 판다면 (또는 주식을 개방한다면), 최대 주주로 정수장학회가 남게 된다. 민주정부에게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공영방송 민영화는 이런 복잡한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현실화 되지 못했다.

▲ 텔레비전 자료사진. ⓒ gettyimages bank
▲ 텔레비전 자료사진. ⓒ gettyimages bank
이와 달리 통신 민영화 정책과 연관된 케이블 등 유료방송 분야는 규제완화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 정부는 케이블 사업에 재벌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소유 지분을 완화하고, 통신 망 사업의 일정 부분을 케이블 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민영화를 추진했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인 위성채널과 디지털 기반의 융합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케이블, 피라미드 유료방송 구조 최강자

한국 케이블 방송 도입은 한국통신 민영화 정책과 맞물려 있다. 왜냐하면 케이블은 지상파와 달리 반드시 망을 통해서만 방송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영상 이미지와 텍스트를 불특정 대중에게 무료로 송출한다면 케이블은 똑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한정된 지역에 망을 통해서 돈을 낸 가입자에게만 전달한다. 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케이블 방송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케이블 방송은 통신사업 민영화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국은 77개 권역으로 나눠서 케이블 망이 깔려있다. 또한 ‘표1’에서 보듯, 이 매체는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이를 송출하는 회사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프로그램 공급자 (Program Provider=PP)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하거나 수입한 작품을 케이블 망과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기기를 갖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ystem Operator=SO)에게 일정한 돈을 받고 판매한다. 즉 SO는 PP들에게 방송 편성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SO가 갑이고 PP가 을이란 뜻이다. 자본력이 있는 법인이나 사람은 SO를, 재능과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PP 법인 소속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 표1) 케이블 TV 용어
▲ 표1) 케이블 TV 용어
사실 한국의 케이블 방송은 1995년 처음 선보였다. 삼성과 대우 등 재벌들에게 29개 PP들을 허가해 줬다. 케이블 방송이 자리를 잡기 위해 강한 현금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케이블 망을 재벌들에게 개방했다. 공기업 민영화가 케이블 망 사업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예를 들어 보자. CJ 홈쇼핑 (현재 CJ오쇼핑)은 1999년 12월 KT가 운영하고 있던 케이블 망 93.26%을 매입,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됐다(이은주, 2008, p.93). CJ홈쇼핑은 케이블 망 사업을 전담하는 CJ 헬로비전을 설립했다. 이때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해 회사 지분을 공유했다. 2008년 태광그룹에 인수 합병 된 큐릭스는 1998년 홍콩 SSB-Aim 그룹과 미국 시티그룹에서 외자를 유치했다. 중소기업인 이민주씨는 2000년 외국인 사모펀드로 추정되는 자금을 끌어와 C&M을 설립했다. 2008년 CJ에 피인수 합병됐던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도 2000년 홍콩 신동아시아투자기금과 미국 시티그룹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 케이블 방송 분야는 매체 도입 초기부터 재벌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시장에 들어와 있었다.

외국인은 한국 미디어 사업 분야 중 케이블 망 사업과 광고 분야만 자금을 투자한다. 하지만 외국인의 두 시장 접근 방식은 약간 상이하다. 광고는 제작과 기획 등의 분야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한국 광고회사 지분을 인수하거나 투자한다. 어떤 경우에는 대주주로서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케이블 분야에서 외국인들은 SO로서 케이블 망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재벌이 갖고 있는 PP 계열사에 일정 지분만을 투자한다. 하지만 그 지분은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대자본은 아니다.

특이하게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2008년 집중적으로 피인수 합병 됐다. 즉, 방송을 돈 벌이의 수단으로 여긴 외국인 사모펀드 자본이 한국 유료방송 시장에서 회사를 키운 수익만 챙긴다는 의미다. 예를들어 보겠다. MSO업체인 큐릭스는 태광그룹에 팔렸고, C&M은 국민유선방송투자 (MBK 파트너스와 맥쿼리 합자)에 지분을 팔아넘겼다. MPP였던 온미디어도 CJ에 매각됐다.

이처럼 재벌과 외국인들이 케이블 방송, 특히 SO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표2’에서 보듯, 고객들이 낸 돈의 약 68.7%가 케이블 SO업체로 간다. 영화 관람료의 50%는 무조건 극장주에게 가듯, 케이블 방송을 송출해주는 서비스만 제공하는 SO가 수익의 약 70% 정도를 가져간다.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는 PP는 20% 미만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 SO와 PP의 비율이 2:7이라면, 미국은 5:5 정도다. 즉 작품을 기획 제작하는 독립 제작사보다 유통업자가 더 많은 돈을 버는 착취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고수익 구조 때문에 재벌과 외국인 투자가 몰린 것이다.

▲ 표2) 국내 케이블 TV 방송 수신료 수익 배분구조
▲ 표2) 국내 케이블 TV 방송 수신료 수익 배분구조
케이블 시장의 착취 구조는 정부의 시장 양적 성장만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에 기인한다. 공급과 수요를 통한 시장의 안정성보다 빠른 양적 성장에 집중에만 집중하는 관료주의 정책의 폐해다.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재벌을 통해 실행하고 노동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개발모델’을 케이블 등 유료방송 시장에 적용했다(Nam, 2008). 제조업의 개발모델이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면, 유료방송의 개발모델은 독립 제작 회사들의 희생과 눈물을 담보해 했다. 예를 들어 보면 ‘표3’에서 보듯, 정부는 지속적으로 신규 미디어들을 도입을 SK 등 재벌들에게 허가해 줬다. 동시에 제작 지원 정책도 진행했다. 신규 매체에 필요한 작품을 충원하기 위해서다. 유료방송에 작품을 공급하는 제작 회사들은 기존 정부의 허가제에서 등록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영상 회사들도 정보통신(IT)기업처럼 벤처기업에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독립 영상 회사들이 스크린 쿼터 제도처럼 방송 쿼터 제도를 통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국들은 일정 비율 이상 국내 작품으로 편성토록 했다. 즉, 정부가 신규 미디어 도입과 채널을 돌릴 수 있는 영상 공급 수요를 조절하면서 영상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관료들이 독재시대의 경제개발 모델을 영상 산업 진흥을 위해 미디어 산업에 활용한 것이다.

▲ 표3) 유료방송 관련 주요 정책과 미디어 도입 시기
▲ 표3) 유료방송 관련 주요 정책과 미디어 도입 시기
‘표4’에서 보듯, 실제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은 방송 사업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공정거래위원회 (2010)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방송 사업자 규모수를 보면, 지상파 방송 법인 수는 증가했고, 케이블 PP법인도 증가했다. 여기에 위성방송은 방송통신 융합 기능을 갖고 있는 DMB 도입으로 그 숫자가 늘었다. 2008년에는 신규 유료방송인 인터넷 방송 서비스도 증가했다. 다만 케이블 방송에서 단순히 중계업무를 보던 RO와 음악유선방송 수만 줄어들었다. 그 결과, 2004년부터 5년 동안 전체 사업자 수는 735명에서 490법인으로 줄었다.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줄어들었으니까, 수익률은 상승했을까? 시장 구조 분석으로 가 보자.

▲ 표4) 방송사업자 수 변동 추이
▲ 표4) 방송사업자 수 변동 추이
규제완화, 승자 독식 가속 페달

한국 유료방송은 새로운 유료매체인 인터넷방송(IPTV)을 2008년에 도입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양강 체제로 유지됐던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정부는 IPTV 사업 허가권을 기존 통신시장 강자인 SK, KT, LG 등 통신 3사에 할당했다. 이런 와중에 케이블 시장에 대형 인수합병 두건이 발생했다. 종합유성방송국 즉 케이블 망 사업자인 태광그룹이 외국인 자본이 결합된 큐릭스를 인수해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등극했다. 또한 CJ는 오리온 그룹과 특수 관계인 동양그룹의 케이블 프로그램 공급업체, 시장 점유율 2위인 온미디어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등극했다.

▲ 케이블 선 자료사진. ⓒ gettyimages bank
▲ 케이블 선 자료사진. ⓒ gettyimages bank
2008년 케이블망 사업인 SO시장은 이미 태광그룹의 Tbroad 등 8개 업체가 83.7% 시장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과점상태였다. 각각의 8개 기업들은 또한 유선방송국은 2개 이상 소유한 MSO들이었다. 이 시장이 독과점 구조를 보인다는 의미는 한국 케이블 방송 편성 권한을 이들 8개의 기업이 좌지우지 한다는 뜻이다. 확대해석하면, 이들 MSO들의 영향력은 유료방송업계의 봉건군주들이다. 왜냐하면 케이블 위상이 피라미드 구조 특성을 보이는 유료방송 시장 구조에서 최상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에서 유통된 콘텐츠가 위성방송과 IPTV에 동시에 유통되거나 재송신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당시 시장 점유율 21.3%로 업계 1위였던 Tbroad가 7개의 SO를 소유한 큐릭스를 인수했다.

▲ 표5) 2008년~2009년 주요 MPP 현황
▲ 표5) 2008년~2009년 주요 MPP 현황
프로그램 제공 시장은 2008년 기준으로 18개의 채널을 보유한 CJ 등을 포함한 5개 MPP의 방송수익 수익률 대비 시장 점유율은 64.7%로 다소 경쟁구조를 보이고 있다. 5개 주요 MPP들이 70% 미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3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을 보일 경우 독과점 시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표6’애서 보듯, SO 시장과 달리 독과점 구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추론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1위인 CJ는 2008년 연말에 업계 2위인 온미디어를 인수 합병했다. 이로 인해 2009년에는 업계 1위인 CJ와 2위인 SBS의 시장점유율에서 두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 표6) 2008년~2009년 MPP 현황
▲ 표6) 2008년~2009년 MPP 현황
즉, 2008년 케이블 방송시장에는 태광그룹이 큐릭스를, CJ그룹이 온미디어를 인수 합병했다. 그 결과 ‘표7’에서 보듯, 케이블 방송업계의 강자였던 이들 재벌들은 시장에서 콘텐츠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권력을 갖게 됐다. 케이블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동시에 편성권을 갖고 있는 업체들을 MSP 시장에서 1위인 CJ와 2위인 태광의 방송 사업 수익 대비 시장 점유율은 39%이다. 이는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매달 내는 돈의 약 40% 정도는 CJ와 태광 통장으로 입금된다는 의미이다. 1위 업체인 CJ는 표에서 보듯 6년 뒤에는 9개의 독립 SO들의 지분을 사들여 업계 1위로 등급 했다. 그동안 케이블 주요 기업들의 명단변경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부여 이들 MSO들의 시장 점유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 표7) 주요 MSP의 매출비중 현황 (2009년 12월 기준)
▲ 표7) 주요 MSP의 매출비중 현황 (2009년 12월 기준)
하지만 똑같은 시장을 놓고 IPTV라는 경쟁자가 등장한 만큼, 전체 유료시장에서의 수익률은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표8’에서 보듯, 케이블 TV는 전체 유료시장 수익 점유율에서 49.6%를, 위성방송은 10.7%를, IPTV는 39.6%를 기록했다. 2008년 도입된 IPTV가 7년 만에 급격하게 성장세를 보인 반면, 1995년부터 시청자를 확보하기 시작한 케이블 방송국들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위성방송 시장 점유율이 변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케이블 방송 대표주자인 CJ와 태광그룹과 IPTV 대표주자인 SK, KT, LG 등 5개 재벌들의 살벌한 시장 쟁탈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표8) 가입자 현황과 기업 시장점유율(2015년 12월 기준)
▲ 표8) 가입자 현황과 기업 시장점유율(2015년 12월 기준)
투기 자본 담합… 소비자 미디어 접근권 제한

지난 1995년 처음 선보인 유료방송은 한국 전체 가구 세대의 90%가 시청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강의 기적이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 기적인가라는 질문으로 세분화해 보면, 그 답변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유료방송으로 미디어 채널 수가 증가했지만 미디어 다양성이란 측면에선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유료방송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SO 시장 구조의 독과점 구조다. 소수가 지배하는 독과점 구조는 상품이 유통되는 시장의 흐름을 막아 소비자들의 미디어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공정거래위원회(2011)는 ‘IPTV에서 왜 인기채널을 볼 수 없을까’란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5개 MSO (Tbroad, CJ 헬로비전, C&M, HCN, 규릭스)가 담합을 통해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처벌 내용이었다. 5개 기업은 약 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담합행위를 주도적으로 한 태광의 로드와 CJ 헬로비전을 검찰 고발했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08년 11월 케이블 편성 권한을 갖고 있는 5개 MSO들은 새로 도입된 IPTV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IPTV에 채널을 공급하기로 한 온미디어 채널을 축소하고 CJ 미디어에는 방송 채널을 공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약 2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IPTV 사업자는 프로그램을 구하지 못해 129개 채널이 가동되지 못했다. 또한 온미디어의 시청가입자수가 9백만 명으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CJ는 2008년 연말 온미디어를 인수 합병했다. 이 사건은 돈을 지불하는 시청자의 미디어 주권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함을 보여준다. 단적인 예로 케이블 방송에서 기본서비스에 포함된 작품조차도 시청률이 올라가면 예고도 없이 고가 상품으로 옮겨버린다.

또 다른 독과점의 폐해는 PP들의 수익률 착취다. 가입자들이 낸 케이블 수익 배분율에 있어서 SO들이 약 70% 수익을 가져가고 PP들에겐 약 20% 정도의 돈만 돌아간다. 낮은 수익률은 제작할 수 있는 비용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제작비가 낮은 작품만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심지어 오래된 작품을 재방송을 반복적으로 하기까지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 SO들의 재허가 조건으로 방송 수신료 수익의 25%이상을 PP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심사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SO와 PP의 오래된 갑을관계 관행으로 인해 정책적으로 실효성 효과를 잃어가고 있다(홍정윤 외저, 2016).

SO의 독과점 폐해는 유선 방송망과 통신망을 설치하는 하청 노동자들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다. 이들 방송 통신 업체들은 망을 보수하는 업무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업무를 협력사에게 하청을 주면서, 작업에 따른 위험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하청 노동자들과 개인도급사업자로 계약을 맺어 실적 부진에 따른 수익 감소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2017년 2월 기준으로 SK와 LG의 도급사업자 비율은 각각 36%, 48%에 이른다(김유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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