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SNS에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의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던 한 프로기사를 두고 한국기원이 징계 여부를 논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훈현, 이창호에 이어 역대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갖고 있는 조혜연 9단 이야기다. 조 9단에 대한 징계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지만 징계 논의 자체가 ‘표현의 자유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기원 소속인 조 9단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홍석현 총재는 한국기원에서 물러나라”라고 쓰인 팻말 사진을 게시했다.

▲ 조혜연 9단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홍석현 총재는 한국기원에서 물러나라”라고 쓰인 팻말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조혜연 페이스북
▲ 조혜연 9단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홍석현 총재는 한국기원에서 물러나라”라고 쓰인 팻말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조혜연 페이스북
이는 2013년 12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기원 총재로 부임한 후 중앙일보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바둑 기사들과 기원 집행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기원이 일방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이를 테면 내규에 따른 기사 징계 권한을 프로기사회와 합의 없이 강화하는 등 독단적 행정에 대해 조 9단은 비판적이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한국기원 운영위원회(위원장 홍석현)에는 조 9단이 게시한 ‘홍석현 퇴진’ 팻말 사진과 그가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홍정도 중앙그룹 사장 관련 기사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홍정도 사장은 홍 총재 장남으로 중앙일보와 JTBC를 이끌고 있다. 

이 밖에도 조 9단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더 리버 사이드 호텔에서 있었던 ‘2018 엠디엠 한국 여자 바둑리그’ 개막식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징계 여부도 논의됐다. 

조 9단은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바둑콩그레스에 참여했고 20일 저녁 비행기로 입국했다. 기원 행사에 자주 불참했던 유명 남성 기사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있다. 

▲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사진=이치열 기자.
한국기원 내규는 ‘전문기사는 본원(한국기원)의 명예와 전문기사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하며 본원의 사업 목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기전 관련 행사 참여가 불가능할 경우 사전에 사유를 본원에 소명해 승인 받아야 한다’ 등의 규정을 담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징계가 가능하다. 

운영위는 이 내규에 근거해 조 9단에 대한 징계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내부 반발에 부닥쳐 징계위 회부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진 않았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운영위는 한국기원 사업과 실무 등을 실질적으로 의결·집행하는 조직이다. 2달에 한 번 정도 개최된다. 위원장인 홍석현 총재는 대부분 참석하지 않고 있다. 기원 부총재인 송필호 전 중앙일보 부회장은 부위원장으로 참석하고 있다.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혜연 사범이 행한 일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징계위까지 갈 내용은 아니라고 결정돼 없던 일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총장은 SNS 활동을 안건으로 올린 것에 대해 “사무국은 말이 나오는 일을 안건으로 올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안건에 대한 판단은 운영위 몫이다. 이번 건은 논의할 내용이 아니라고 결론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조 9단은 7일 미디어오늘에 “부당하게 운영위 안건으로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이 건에 대해 한국기원의 공식 사과를 듣고 싶다”며 “개인적으로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한국기원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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