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유튜브’ 사업으로 불렸던 SBS와 NHN의 ‘엔터 포털’사업이 ‘동결’되고 담당자는 퇴사했다. 업계의 이목을 끌어온 야심찬 포털 사업이었던 만큼 파장이 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는 SBS의 지주회사 체제와 대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SBS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NHN엔터와 ‘모바일 기반 동영상 플랫폼’ 공동 사업을 추진했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와 NHN의 온라인 플랫폼을 합쳐 강력한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 사업에 SBS와 NHN이 각각 100억 원씩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SBS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SBS 미디어비즈니스센터 플랫폼 사업팀은 ‘엔터테인먼트 포털 투자의 건’ 등 사업계획서를 통해 네이버에 대항하는 방송사업자 중심의 포털안으로 NHN과 합작한 ‘엔터포털’구상을 밝혔다. 2020년까지 온라인 광고시장의 0.5%만 차지해도 470억 원대 영업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SBS와 NHN의 ‘엔터 포털’사업은 ‘한국판 유튜브’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으나 타 방송사업자들의 외면으로 ‘동결’됐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SBS와 NHN의 ‘엔터 포털’사업은 ‘한국판 유튜브’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으나 타 방송사업자들의 외면으로 ‘동결’됐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런데 이 사업은 왜 지지부진해진 것일까. 업계와 SBS본부에 따르면 타 방송사의 ‘불참’이 잇따르면서 콘텐츠 파워를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튜브, 네이버 등 기존 플랫폼이 굳건한 상태에서 새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려면 막강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SBS의 최초 구상에는 SMR(스마트미디어렙)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SMR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합작해 만든 온라인광고대행사로 지상파, 종편, CJ E&M 등이 참여해 방송 콘텐츠의 ‘클립영상’을 유통하고 있다. SMR은 유튜브와의 콘텐츠 제공 대가 협상이 난항을 겪자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빼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과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고 ‘15초 광고’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영향력을 증명한 바 있다.

그러나 SMR의 파트너사인 다른 회사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SBS본부는 지주회사 특성상 사업이 원활할 수 없었다고 보고 있다. SMR은 방송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갖고 있지만 SBS의 경우 SBS가 아닌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가 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엔터 포털’사업의 주체는 SBS이기 때문에 SBS가 SMR에 대해 콘텐츠 공급 여부를 좌우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주회사 체제인 SBS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적은 지분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비상장 기업일 경우 지분을 40% 이상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SBS가 엔터포털에 참여할 경우 타 방송사가 엔터포털 사업에 참여하려면 4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하는데, SBS의 지분이 지나치게 높으면 타 사업자가 참여할 이유가 없어진다.

또한 적지 않은 방송 사업자들이 자체적인 플랫폼을 추진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KBS와 MBC 등 협력을 약속한 방송사들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관련 사업이 전면 재검토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불안요소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주회사법이 갑자기 바뀐 것도 아니고, 거액을 투자하기 전에 ‘SMR의 협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요소를 해소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불안요소’가 큰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된 이유는 무엇일까.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상파가 위축되고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뉴미디어에 진출하고 포털 독점을 깨야 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건전한 방식으로 원칙에 맞게 푸는 게 아니라 대주주의 결정을 받을 수 있는 데 치중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영방송 SBS는 대주주의 결정이 독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이 나올 때마다 구성원들에게 ‘타당성’ 여부를 점검받는 게 아니라 대주주를 설득하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리더의 결정이 있으면 언제든 사업을 할 수 있는 민영 미디어가 ‘혁신’을 잘 할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SBS의 사례는 일방적 의사결정이 갖는 ‘위험성’을 드러낸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노보를 통해 “실패의 경험조차 SBS 내부에 제대로 축적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라며 “건전한 사내의 논의와 콘텐츠 제작 현장의 경험이 조화를 이루고 치열한 토론과 검증 속에 과감하되 신중한 결정이 이뤄지기보다 대주주와 밀착된 특정인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미래 사업 전략을 독단적으로 운영한 데 따른 폐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SBS 미디어비즈니스센터장 직무대행에게 답변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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