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옹졸한 처사입니다. 저 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

전원책 전 TV조선 앵커가 TV조선 메인뉴스인 종합뉴스9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된 점을 언급하며 한 ‘앵커 멘트’다. 이 같은 발언에 TV조선 내부에서까지 반발이 나왔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재승인 때 감점이 되는 ‘법정제재’를 하지 않았다.

방통심의위는 6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7월13일 방영된 TV조선 종합뉴스9에 여야 추천 위원 전원 합의로 ‘권고’를 결정했다. ‘권고’는 경징계로 방송사 재승인 때 감점을 받지 않는다. 

▲ 지난해 7월13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지난해 7월13일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해당 방송은 뉴스의 진행자가 뉴스에서 독재자인 특정 정치인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을 내보낸 점도 문제지만 뉴스에서 정치인에게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도 깨 논란이 된 바 있다. 보도 다음날 TV조선 기자 80명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반발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종합편성채널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 때 한 위원이 “앵커가 편향적인 발언을 해 퇴출된 점을 감안해 권고 의견을 낸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른 위원이 “앵커 발언에 신경을 기하도록 하고 다음부터는 사견을 넣지 않도록 해 ‘권고’로 하자”고 말해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심의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전원책 전 앵커가 ‘문제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퇴출’됐다고 보기 힘들고 퇴출여부가 심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원책 전 앵커가 문제가 된 발언을 한 건 지난해 7월이고 하차한 건 4달이나 지난 11월이다. 만일 TV조선이 해당 발언이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즉각적으로 사과나 정정, 해명을 하거나 진행자를 교체하는 등의 대응을 했어야 한다. 실제 전원책 전 앵커가 하차한 데는 발음문제, 시청률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이 전원책 전 앵커가 잘못을 해 ‘퇴출’한 것이라면 TV조선의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게 정상적이지만 그는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 ‘강적들’에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전원책 전 앵커 하차 당시 TV조선의 보도자료를 보면 전원책 앵커에 대한 TV조선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TV조선은 “전원책 변호사는 앵커로서 12월8일까지 일한 뒤 이르면 12월말부터 TV조선의 새로운 심야토크쇼 ‘전원책의 토크로 세상을 읽다’를 맡게 된다” “전 변호사는 그간 TV조선 메인뉴스의 시청률을 높이고 뉴스를 분석적이고 심층적으로 전달하는데 공을 세웠다. 새 프로그램을 통해 전 변호사의 진면목이 더욱 잘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어디에도 문제된 뉴스 진행자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4기 방통심의위는 ‘정치심의’를 지양한다는 이유로 토론자나 패널의 발언이 다소 편향되거나 주관적일 경우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전원책 전 앵커는 패널이 아닌 방송사 메인뉴스의 진행자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만일 전 앵커가 퇴출됐다고 하더라도 심의에 방송사의 조치를 감안하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송 내용을 심의하는데 대책마련, 퇴출여부 등이 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심의는 방송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처장은 “(여야 추천 위원이) 전원 권고를 결정한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 뿐 아니라 TV조선 ‘탐사보도7‘에서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내보내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는데도 경징계인 권고가 나왔다. 위원들이 제대로 심의규정을 숙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TV조선은 지난해 3월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중징계)를 연 4건 이하로 유지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누적되면 재승인이 취소되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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