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미투 운동이 처음에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인 줄 알았는데 좌파에서만 나온다”며 “운동이 확산돼서 좌파들 더 많이 걸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는 “45년 전에 하숙집에서 일어났던 사건, 내가 관여하지도 않았고 나하고는 상관없이 일어났던 사건을 지난 대선 때, 얼마나 나를 핍박했나”라고 말을 꺼냈다. 이날 전국여성대회에서는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과 당원 2000여명이 참석했다.

홍 대표는 “처음 미투 운동이 벌어질 때 나와 우리당 최 모 의원을 덮어씌우기 위한 운동이라고 봤다”면서 “그런데 막상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운동이 진행되니까, 얼마나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 진영에서만 벌어지고 있나”라고 말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홍준표 당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팻말을 들고 서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홍준표 당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팻말을 들고 서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홍 대표가 언급한 ‘45년 전 사건’은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대학시절 성폭행을 계획한 하숙집 친구에게 돼지발정제를 구해줬다는 내용을 말한다. 대선 당시 책 내용이 재조명 되면서 성폭행 모의 논란이 일었다.

홍 대표가 언급한 ‘최 모 의원’은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나는 공직생활 36년”이라며 “공직생활 하면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내 차에는 내 각시 외에는 태워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워낙 루머가 쏟아지고, 그만큼 조심하고 살아도, 덮어씌우는 세상”이라며 “나는 40년 동안 집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사는 사람인데, 걸핏하면 그런 문제로 나를 덮어씌우려고 하는데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제는 우리 당 최 모 의원도 누명을 벗었고, 나도 누명 벗었으니 미투 운동이 확산돼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면서 “정치권에서 우파들은 좌파보다는 덜 뻔뻔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최교일 의원 관련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 의원은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은폐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소환이 남아 있다.

▲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 사진= 정민경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 사진= 정민경 기자.
홍 대표는 이날 행사장에서 주는 흰 장미를 받았다가 거부하기도 했다. 흰 장미는 반(反)성폭력 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는 “오늘 흰 장미를 주기에, 이건 아니라고 했다”며 “민주당에서 처음 미투 운동 시작할 때, 흰 장미를 들고 ‘쌩쑈’를 시작했다. 나는 그건 안 받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홍 대표는 “미투 운동을 하면서 100명 중 1명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당하는 일 등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 운동을 펼치면서 정말 억울한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홍준표 대표가 오늘처럼 저렇게 환하고 부드러운 얼굴인 것은 처음 본다”면서 “미투 운동은 그 어떤 음모 같은 것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희정과 이윤택을 비난하기 전에, 자유한국당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갑질과 폭력을 자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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