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국공항 직원 돌연사 사건이 발생한 지 세 달 만에 또 다른 직원이 출근 직후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또 과로 때문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공항 화물수출과 직원 임아무개씨(55)는 지난 2일 오후 2시30분 경 항공 화물 작업을 하는 장치장 미주 바운드 앞에서 동료들과 담배를 피고 난 뒤 작업장으로 들어가다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끼고 쓰러졌다.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한 임씨는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사무실로 옮겨졌으나 구토를 수차례하는 등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인근 소규모 병원으로 이송됐다.

▲ 임아무개씨가 쓰러진 장소인 장치장 미주 바운드. 사진=한국공항 직원 제공
▲ 임아무개씨가 쓰러진 장소인 장치장 미주 바운드. 사진=한국공항 직원 제공

임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도 호전되지 않자 곧 순천향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다. 임씨는 지난 4일 병원으로부터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동료 노동자들은 임씨의 사고가 세 달 전 사망한 고 이기하씨의 돌연사 사건과 유사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두 직원 모두 17~18년차 숙련 노동자인데다 평소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고 출근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한국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지난해 12월13일 이씨의 사망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씨는 2017년 9월엔 9일, 10월엔 7일, 11월엔 7일을 12~15시간 근무했다. 이씨는 출근시간이 새벽 4~5시부터 밤까지 제각각인 탓에 4~5시간 밖에 취침하지 못하고 출근한 때도 잦았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소논문 ‘항공기 지상조업의 노동실태와 개선방향-한국공항(주)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한국공항 노동자들은 △과도한 일 근무시간(1일 8시간 초과) △과도한 주·월 근로시간 △근무 중 부족한 휴식시간 등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항공정비부서의 한 노동자는 지난해 11월19일부터 한 주 동안 총 65.5시간을 일했다. 임씨와 같은 부서의 한 직원은 “오후 3시에 출근해도 새벽 3시까지 연속으로 근무할 때가 적지 않고 3교대다 보니 출퇴근 시간도 들쑥날쑥”이라며 “인원이 태부족하니 모두 일을 넘치게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호 민주한국공항지부(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지부장은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고 이기하 조합원 사망 후에도 회사는 인원을 제대로 확충하는 등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직원들이 ‘과로 때문이 아니냐’고 우려를 하고 있는 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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