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Fake News)는 힘이 없다. 가짜뉴스를 포장하고 인용하여 진짜뉴스처럼 키우고 확산시켜 힘을 실어주는 것은 바로 언론이다. 진실과 신뢰를 추구하는 ‘멀쩡한 언론’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의 역할을 부정하는 짓이다.

미디어오늘은 “‘김영철에 고개 숙인 정부?’ 가짜뉴스, 언론도 책임 있다”는 기사에서 가짜뉴스 확산 책임와 관련해 “고개 숙인 남성에 ‘남측 환영인사‘라고 한 뉴스1, ’정부 관계자인지, 호텔 측 관계자인지 의견 분분하다‘는 중앙”이라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김영철에 고개 숙인 정부?’ 가짜뉴스, 언론도 책임 있다 ]

언론이 가짜뉴스라고 보도한 것을 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고개를 들고 한 손으로 악수하는데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악수하는 장면 같은 내용을 캡쳐한 것이었다. 이 사진을 처음보는 사람은 얼핏 착각할 수도 있고 잘못 볼 수도 있다. 이미 SNS를 통해 퍼지고 언론사에도 제보가 들어갔을 정도였으니 미디어가 나서서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언론사들이 가짜뉴스를 키웠다. 뉴스1은 지난달 25일 해당 사진을 올리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선전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남측 환영인사와 악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텔 관계자가 어떻게 ‘남측 환영인사’로 표현됐는지 알 수 없으나 미디어 오늘은 “(뉴스1의 보도로) 남성(호텔관계자)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부측 인사로 인식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논란이 된 가짜뉴스 이미지
▲ 논란이 된 가짜뉴스 이미지
예민한 북한 문제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제목을 단 것도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데 중앙일보는 논란을 불식시키는 게 아니라 더 키웠다. 

중앙일보는 “김영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남성 누구? ‘정부 관계자’ vs ‘호텔 관계자’”이라는 기사에서 “현재 SNS에서는 사진 속 정장 차림 남성이 정부 관계자인지, 호텔 측 관계자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아~오~ 이 사진보고 엄청 열받았었는데… 누구인지 밝혀라… 호텔관계자가 인사할 일은 없을 거고…” 등의 댓글이 달렸다.

중앙일보는 취재과정을 통해 정부관계자인지, 호텔관계자인지 여부를 밝힐 수 있는 대형언론사다. ‘의견이 분분하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보도한 것은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못했을 때 보도하는 방식이다.

취재원(정부)이 답변을 거부하거나 확인을 해주지 않을 때, 취재가 안보나 사생활 침해 등으로 접근에 한계가 있을 때 부득이하게 ‘의견이 분분하다’는 등으로 보도하는 것은 일종의 저널리즘 보도형식에 속한다.

그러나 이 사안은 가짜뉴스 논란을 빚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했고, 통일부를 통해 얼마든지 취재협조가 가능한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가 이런 식으로 보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짜뉴스는 의도성을 갖고 조작된다. 그 가짜뉴스 진위를 파악하지 않고 확산시키는 언론은 그 가짜뉴스 의도성에 공감하여 결국 가짜뉴스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토양이 되는 셈이다.

뉴스1과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촉발시킨 가짜뉴스를 이용해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반발했고 사회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전에 “청와대 직원들만 탄저균 테러에 대비해 백신주사를 맞았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과정도 똑같은 공식을 반복했다. 극우 사이트의 ‘가짜 뉴스’를 통해 ‘공포 마케팅’을 한 곳은 TV조선이었다. TV조선은 ‘탄저균 가짜 뉴스’를 연계시켜 관련뉴스를 생산, 확대시켰다. 제목만 뽑아봐도 어지러울 정도다.

“靑, 탄저균 백신 350인분 구입… 北 탄저균 미사일 실험 때문?” “北, 치사율 80% ‘탄저균’ 미사일에 탑재 실험” “北, ICBM 탄저균 탑재 실험도” ”탄저균, 핵무기보다 무섭다?“ ”백신 구입 靑 ‘탄저균 대책은 없다’… ‘의혹 해명’ 국민청원“ 등등…

▲ 지난해 12월24일 TV조선이 보도한 “靑, 탄저균 백신 350인분 구입…北 탄저균 미사일 실험 때문?” 기사 갈무리
▲ 지난해 12월24일 TV조선이 보도한 “靑, 탄저균 백신 350인분 구입…北 탄저균 미사일 실험 때문?” 기사 갈무리
가짜뉴스에 놀아난 정도가 아니라 가짜뉴스를 대형뉴스로 키우는 것은 바로 멀쩡한 기성언론사들이다. 취재를 통해 진위여부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가 이런 식의 보도를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저널리즘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가짜뉴스를 키우고 뉴스화 하는 아이템을 보면 공통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들이다. 정당한 비판이나 감시가 아닌 가짜를 통한 민심이반을 노리고 지지기반을 흔드는 의도적 보도임을 파악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대책을 올해 11월까지 내놓겠다고 한다. 그 대책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짜뉴스를 활용하는 기존 언론사의 폐해 예방책과 이를 어겼을 시 책임을 묻는 신속한 피해회복 구제방안이다.

언론보도의 특성상 원상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스스로 만든 언론윤리강령을 지키지 않아도, 법적 책임도 제대로 묻지않는 동안 일부 언론사의 선동과 가짜뉴스 악용은 도를 넘었다. 나쁜 뉴스, 가짜뉴스일수록 SNS를 통해 더 빨리 더 멀리 퍼져나가는 법이다.

가짜뉴스가 나쁘다는 데 이론은 없다. 그러나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키우고 뉴스로 만들어 정부와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은 더 나쁘다. 가짜뉴스를 악용하는 것은 언론자유와 상관없는 정도가 아니라 언론자유를 망치는 반민주적인 악행이다. 시민 다수를 향한 악행은 법으로 다스려야 법치사회가 정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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